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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소 개장…피할 수 없다면?

[취재파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소 개장…피할 수 없다면?

윤영현 기자

작성 2015.01.14 09: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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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소 개장…피할 수 없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장이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파는 거래시장이 지난 12일 부산에 생긴 겁니다. 자동차 연료인 엘피가스(LPG)나 최근 뜨고 있는 셰일가스도 아니고 온실가스는 뭐고 또 그걸 사고판다는게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다소 생소하다고 느끼는 분들 계실겁니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 물질로, 말 그대로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물질입니다. 대표적으로 CO2 즉 이산화탄소가 있죠. 더워진 지구로 인해 예기치 못한 각종 천재지변이 잦아지면서 세계 각국(지금까지는 주로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기후 회의를 열어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협약과 제도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바로 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개념은 이렇습니다. 온실가스에 값을 매겨 사고팔 수 있게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즉 정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에 배출 허용량을 주고, 허용량보다 감축할 경우 남는 양은 시장에 팔 수 있게 한 겁니다. 반대로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은 다른 사업장에서 초과분만큼 배출권을 사오거나, 아니면 과징금을 내도록 한 겁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배출 사업장에 허용량을 주고, 이를 초과하면 과태료만 물렸는데 감축하거나 모자라면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옵션, 선택권이 하나 늘어난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정부에게 할당받은 배출 허용량이 연간 100톤인데 90톤을 배출하면 남는 10톤은 시장에다 팔 수 있고, 반대로 110톤을 배출하게 됐다면 초과한 10톤에 해당하는 양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겁니다. 감축하면 팔아서 이득을 볼 수 있으니 기업들이 감축 노력을 더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렇게 배출권 사고 팔수 있는 거래소, 즉 시장이 부산에 열린 것입니다.

대상 기업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만 5천톤 이상인 단일 사업장 또는 한 개 사업장의 배출량이 2만 5천톤은 안되지만 사업장이 전국에 여러개여서 이를 합치면 배출량이 연간 12만 5천톤 이상인 기업입니다. 국내 525개 기업과 대학, 백화점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삼성과 현대차, 포스코 같은 이름만 대면 아는 기업은 물론이고 연기를 많이 내뿜기 마련인 발전소, 석유화학, 정유 업체 등이 포함됐습니다.또 서울대와 서울 강남성모병원, 롯데 백화점 등도 해당되는데 전기를 많이 쓰다보니 그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525개 기업 등에는 지난 연말 배출할당량이 개별적으로 주어졌습니다. 어느 기업이 얼마만큼의 할당량을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기업 입장에선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래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부산 한국거래소에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만 거래가 가능합니다. 최소 거래 단위는 1KAU(톤)입니다.개장 첫날인 12일 온실가스 1톤당 7860원을 시작가로 마감때는 상하가(10%)인 9.92% 오른 8640원에 마감됐습니다. 거래량은 1190톤, 액수로는  974만원으로 천 만원이 채 안됐습니다. 개장 이틀째인 13일에도 9.95%가 올라 9500원에 마감됐습니다. 거래량과 대금은 극히 적어 각각 50톤, 47만5천원에 그쳤습니다. 주식처럼 낮은 매도가 우선 또, 시간상 선 주문 우선 원칙에 따라 매매 체결이 이뤄집니다. 주식 매매와 다른 점은 거래제 도입 취지가 온실가스 감축인 만큼 개인은 시장에 참여할 수 없고 기업간 거래만 가능합니다. 또 일반 주식과는 달리 배출권은 배출 허용량이 연간 단위로 정해진 만큼 유효기간(대략 1년)이 있다는 겁니다. 개장 초기 시장이 활발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대로 아직까지 활발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3월 할당량을 정산하게 될때쯤 모자란 기업은 사오려고, 남는 기업은 팔려고 하면서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배출권거래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대상 기업들은 지금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정부에 신청한 양(약 20억톤)보다 실제로 정부가 준 할당량(약 16억톤)이 약 4억톤 가량 적기 때문에 모자란 양을 결국엔 비용으로 메워야 하는거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할당량이 적다 보니 배출권을 팔 수 있는 기업은 없고, 모두 사야하는 기업만 있을테니 시장 형성이 안될 것이고 가격은 폭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이 초과 배출량을 시장에서 구입하지 못할 경우에는 시장 가격의 3배인 과징금을 물어야 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톤당 시장 가격을 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과징금은 3배인 3만원이 되고, 4억톤 가량 모자라니까 12조원 가량 부담이 늘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정부는 기업들이 신청한 양과 실제 할당량에 별 차이가 없으며 기업들이 감축 노력을 할 경우 전체 비용은 오히려 줄 것이라며 상반된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타당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업계와 정부 양쪽 가운데 어느 쪽 전망이 맞을지 지금은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갈수록 심해지는 각국의 규제, 특히 온실가스 배출국 1, 2위인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일정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오는 2020년부터는 모든 국가가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해 봤을때 배출권 거래제 도입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 대응이 유리한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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