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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일가족 방화치사범, 차분하게 범행 재연

양양 일가족 방화치사범, 차분하게 범행 재연
"불쌍한 엄마와 아이들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라." 지난달 29일 발생한 일가족 방화치사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된 오늘(13일) 오전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 2층 집 주변에는 주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피의자 이 씨는 오전 10시 호송차를 타고 경찰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서 검거돼 속초경찰서로 압송될 당시 입었던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이 씨는 점퍼에 달린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씨는 팔짱을 낀 여경의 부축을 받으며 자신이 불을 낸 주택의 2층으로 향했습니다.

이 씨가 차에서 내려 이동한 거리는 30여m.

이 과정에서 검증 시작 30여분 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던 일부 주민은 "저런 사람의 얼굴을 왜 가려주느냐"며 "모자를 벗겨서 얼굴을 공개하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현장 검증은 사건이 발생한 주택 2층에서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됐습니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이씨는 크게 뉘우치는 기색 없이 시종일관 차분하게 당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부터 박 씨 가족들과 거실에서 대화하는 장면, 주방에서 수면유도제를 잘게 부숴 음료수에 타는 장면 등을 자세히 재연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 함께 있었던 박 씨와 박 씨의 자녀가 앉아있었던 위치, 음료수를 마시고 잠이 든 아이들의 모습,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박 씨의 모습 등 당시 집안상황도 소상히 경찰관에게 설명했습니다.

현장검증 결과 지난 29일 저녁 사건 현장인 박 모(38)씨 집에 찾아간 이 씨는 미리 준비해간 음료수와 맥주에 수면유도제를 넣어 박 씨와 두 아들, 딸에게 먹인 후 안방과, 거실 소파 밑, TV 받침대 밑 등 3곳에 가지고 간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는 "이야기를 잘 해보려고 찾아갔는데 대화 도중 다툼이 있었고 이에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와 맥주에 넣어 마시게 하고 불을 질렀다"며 "아이들에게는 영양제라며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에 타서 줬고 박 씨에게는 맥주에 몰래 수면제를 타서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이용수 속초경찰서 수사1과장은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와 맥주에 탄 장소 등 일부분에 대해 이 씨는 그동안의 경찰조사와 다르게 진술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다음 주 월요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장검증 현장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나와 1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일부 주민은 현장검증을 마치고 떠나는 이씨에게 달려들기도 해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 한때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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