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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단상

[취재파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단상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끝났습니다. 이런 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어제(12일) 뉴스센터안에서 기자회견 과정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단상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1번과 2번 질문의 강도가 지난해에 비해서는 상당히 강해졌습니다. 물론 예상 가능한 범주에 있기는 했지만, 기자들이 직설적으로 현안에 대한 박대통령의 입장을 듣기를 원했던 거죠.

가장 먼저 질문한 서울신문 기자는 “문건 유출과 항명 사태 등과 관련해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은 특정인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특정인으로 지목된 비서실장과 세 비서관도 개편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물었습니다. 두 번째로 질문한 SBS 이승재 기자는 정윤회씨가 실세인지, 친인척 관리 잘하겠다고 했는데 박지만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1번 질문이 지난 일년의 소회와 2년차를 맞는 각오였고, 두 번째 질문은 남북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가서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공통된 것이 있다면 지난해에도 7번째 질문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대한 질문이 나왔었네요. 올해에는 그 질문이 1번에 나왔고요.
 
지난해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출입기자들이 청와대측에 질문 순서는 물론 질문 내용까지 알려줬다는, 그래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 순서와 질문 요지를 정하면서 청와대 측에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자실을 관리하는 청와대 춘추관 사람들도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움직였을 테니 질문 순서 정도는 알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질문 내용까지 청와대측에 알려주기는 기자단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까다로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 현안은 이미 청와대 측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경제였다는 게 회견문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42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한 데서도 드러났습니다. 경제와 소통을 위해서 본인이 많이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어했습니다. 지난해 경제성과를 길게 설명한 것은 물론 나름 소통한다고 애썼다는 점을 길게 얘기했습니다. 부족하다면 더 하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습니다.

“세월호 유족 여러 번 만났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진도도 내려가고 팽목항도 내려갔습니다……청와대에서 면담도 했습니다. 지난 번에 유가족을 못만났던 이유는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끼어들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난 2년 동안 민생현장, 정책현장에 직접 가서 터놓고 이야기도 듣고 제생각도 이야기했습니다. 정치권과는 여야의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모셔서 대화도 할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습니다. 초청을 거부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어쨌든 앞으로 여야, 국회하고 더욱 소통이 되고 여야 지도자들과 더 자주 만나도록 더욱 노력해 가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는 한 차례의 질문 기회만 허용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이 한 질문 안에 여러 개의 내용을 담는 모습이 자주 있었습니다. 대통령도 답변하다가 어떤 질문에는 대답하고, 어떤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남북관계 질문에서 대북 특사 질문도 있었지만, 박대통령은 정상회담과 비핵화, 5.24 조치 얘기를 하면서도 대북 특사 부분에 대한 답변은 빠뜨렸습니다. 이럴 때 해당 기자가 다시 손을 들어 그 부분에 대한 대답도 요구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은 없었습니다.

미국이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할 사례는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 대통령과 한 명의 기자가 여러 차례 토론 비슷하게 질의응답을 벌이곤 합니다. 청와대도 기자들과 사전에 질문순서와 내용까지 짜지 않고 자유롭게 하려고 애쓰는 것 같은데, 다음 번에는 이 점에도 신경을 쓰면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은 기자의 권리자 의무입니다.
 
어제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끝나고 오늘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한 시간 반 동안 회견문과 일문일답 전과정을 생중계했지만, 야당 대표 기자회견은 회견문 읽는 15분 정도에 그쳤습니다. 어쨌든 반론권 차원에서 방송사들이 이렇게라도 하는 것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기자회견을 생중계한 것이 시작 아닌가 싶습니다만, 정확치는 않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이 끝나고 나면 (늘 저녁 황금시간 대에 합니다.) 바로 야당 측의 반대연설을 생중계합니다. 시간은 대통령보다 짧지만, 그래도 3-40분 정도는 하더군요.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원내대표가 별도로 연설하는 일은 없습니다. 미국에는 대표라는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당 대표가 또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그 기자회견 역시 생중계됩니다. 대통령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입장에서는 2대 1의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불평할 법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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