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②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 무색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작성 2015.01.12 10: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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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편법에 편법…제주대 로스쿨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러가기

제주대 로스쿨이 편법으로 학사 운영했다는데, 그게 뭐 그렇게 대수인가?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도둑질이나 사기 같은 범죄 행위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 배경과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공감하실 겁니다.

제 남동생은 지금 로스쿨을 다니고 있습니다. 동생은 학부에서 생명유전을 전공했습니다. 고등학교도 과학고를 나왔습니다. 동생이 읽는 책들 대부분 저로선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았던, 지금 제목 몇 개를 나열해 보려 했는데 제목조차 생각나지 않네요, 여튼 그런(=과학도들이 즐겨 읽는) 책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전 제가 동생과 여러 모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어렸을 적 같이 뒤엉켜 놀 때는 누가 같은 뱃 속에 나온 형제 아니랄까 봐 어쩜 관심사나 생각하는 방식도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공대에 진학하고, 제가 인문학을 전공하면서 가끔 만나 대화를 해 보면 그렇게 다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주로 개념이나 당위로 말하는 경향이 있고, 동생은 데이터가 뒷받침하지 않는 주장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에도, 전 논리 '전개'에 신경쓰고, 동생은 그로 인해 도출해 내는 '결과/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동생은 로스쿨에 진학한 후 처음에 꽤 당황했습니다. "누나, 여기 애들은 질문 하나에 답안을 2장 씩 써내." 비법(非法)대, 게다가 공대 출신인 동생은 학문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만 몇 달은 필요해 보였습니다. 

로스쿨은 그런 곳입니다. 저희 동생처럼 법이라곤 도로교통법 정도나 들어봤을까, 생판 다른 학문만 수 년간 공부했던 이들도 진학하는 대학원입니다. 입학 정원을 자교(自校) 출신과 타교(他校) 출신으로, 법 전공과 비법 전공으로 일정 비율 나눠 선발함으로써 다양한 생각과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런 그들을 3년 뒤, 똑같이 법학전문인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존 사법고시 체제에 부여했던 많은 권한들을 로스쿨이라는 교육기관으로 옮겼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바로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평가에 절대적…학교와 학생, 서로 이해 관계 맞아떨어져

현재 제주대 로스쿨이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유급 대상인 원생들을 졸업 예정자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는 건,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추정이 지배적입니다. 최근의 성적들을 살펴보면, 제주대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서 전국 대학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잇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학교가 이번에 수업까지 빼가며 개인 공부하라고 배려해줬던 학생들은 모두 2학기 시작 바로 직전에 있었던 졸업시험에서 합격한, 이른바 성적우수자들이었습니다. 졸업시험에 합격했으니 남은 건 올해 1월 있을 변호사시험 뿐, 학생들은 2학기 수업을 통째로 결석하며 오직 변호사 시험을 준비한 셈입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 재인가 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산·정원 등이 감축될 위기에 놓였던 제주대 로스쿨 측은 이런 편법을 부추기거나 묵인했습니다. 학교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겁니다. 

이미 졸업이 확정됐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겠다고 등록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 학생들이 죄다 유급될 경우 제주대가 받게 될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학기 제주대 졸업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3학년 정원 40명 가운데 24명, 이 중 9명이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취소될 위기에 놓인 겁니다. 단 한 명이라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이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했던 학교 입장에선 난감할 노릇입니다.

또,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로스쿨의 커리큘럼, 수업의 '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실한 학사운영은 학생들과 학교가, 남은 수업을 듣지 않고 자습을 하는 편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유리하다라고 판단한 게 바탕이 됐습니다. 학교 마저도 '수업을 안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사법시험 체제를 폐지하고 도입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존재 이유를, 로스쿨 스스로가 포기한 겁니다. 

사법고시 폐지-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논의가 있었는 지 잘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도, 그 논의들은 유효합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로스쿨제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본격적인 로스쿨제 도입 이전 시기(2005년 당시)의 법조인들의 생각을 잘 담은 글인 것 같아 다음을 인용합니다. 


                                             <::: 로스쿨 도입 반대 이유와 대안 :::>
                                                                                                  -이관희 (경찰대학교 교수)      
 
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이하 법추협)가 꿋꿋하게 대학 강단을 지켜 온 자부심과 애국심을 가지고 미국식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식 로스쿨 졸업생은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 전문법조인이나 생활법조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WTO 체제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법조인은 예컨대 노사관계, 환경규제, 국제금융, 국제거래, 공정거래, 증권분쟁, 신용보증, 기업의 인수합병, 파산, 지적재산권 등 21세기 사회적 분쟁 해결을 위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법조인을 말하는 것이다.

즉 로스쿨 졸업자라 하더라도 전문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하버드 로스쿨은 3년제인 로스쿨에서 3학년 학생들이 거의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 처하자 로스쿨을 2년제로 줄이는 방안을 수 년째 검토해 오고 있다. 대부분의 로펌이 1학년 때의 성적을 기준으로 취업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2, 3학년 때는 공부를 등한시하고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또한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가 직접 개업하는 일은 거의 없고, 반드시 로펌이나 기업, 법원·검찰·정부기관 등에서 일정기간 일하면서 수련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보건대 하버드 로스쿨에서 잘 가르쳐서 곧 실무에 능통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생각컨대 미국의 경우, 학부에서 우수한 졸업생들이 판례법체계에서 소크라테스식 수업방법 등으로 합리적 결론(Legal Reasoning)에 이르는 방법을 잘 터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방대한 성문법 체계인 우리의 경우는 다른 것이다. 

.... (중략) 그리고 전문화의 문제는 영국이나 유럽식으로 법의 기본이론을 먼저 익히고 법조인 수습과정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전문화의 방향을 찾는 것이 방대한 성문법 체계인 우리의 경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판례법 체계인 미국에서는 3년 동안 어느 정도 체계적인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법체계에서는 3년 동안으로는 현재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원 2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음은 명백하다... (중략) 

또한 생활법조인은 변호사 문턱을 낮춰야 가능한 것이지 로스쿨식 교육으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로스쿨 환상에서 깨어나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미국식 로스쿨 도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50여 년 쌓아 온 기존의 법학교육체계를 무너뜨리고 우리사회의 법치주의 기반을 흔들어 버리는 보다 더 큰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중략) 

넷째, 이번 사개위의 로스쿨 결정은 일본이 2004년부터 도입·시행하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여러 면에서 실패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본 로스쿨 졸업생의 30% 이상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어렵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법학과 출신 학생들을 실력 면에서 따라가지 못하여 로스쿨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중략)

결론적으로 미국식 로스쿨 도입은 50여 년 우리 민주법학교육의 전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법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지도 못하면서 대학교육의 대혼란만을 초래하고,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재검토되어야 하고, 작년(2004)부터 도입한 일본 로스쿨 제도의 실패 분위기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이하 생략)


제주대 로스쿨 사태가 부실한 학사운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과정을 거쳐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이제 갓 도입 6년이 지난 상황에서, 10년 전 한 대학 교수가 예언한 우려를 그대로 실현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어느 학교나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런 일이 제주대에 한해서만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교육 기관이 학사 운영을 거짓으로 하고 있다, 이건 그 기관의 존립 근거 자체를 흔들리게 하는 위중한 일입니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되는 일입니다. 한번 편법으로 지적된 사항을 또 다시 편법으로 막아보려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이 기관이 앞으로 말 그대로 교육을 해낼 수 있는지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앞으로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시정 요구를 하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