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터뷰] '상의원' 이원석 감독, 판타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인터뷰] '상의원' 이원석 감독, 판타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이원석 감독은 영화 '상의원'의 언론 시사회장에서 "사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용감한 커밍아웃을 했다. 70억 대작 사극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이렇게 스스럼없는 고백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오글거린다"며 뭉뚱그려 말했다.

최근 충무로에서는 역사적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가공하는 팩션 사극이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코미디와 멜로로 양념을 쳐 젊은 관객들의 취향을 맞춘다. 어떤 사극들은 현시대를 투영하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내기도 한다.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등 사극이 대형 흥행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극 영화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제작비 규모가 커지고 세련된 감각까지 갖춘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이원석 감독의 '상의원'도 이와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상의원'은 조선 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 최초 궁중의상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장인의 대결을 그린 영화.
이미지
상의원이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천재와 범인의 미묘한 경쟁을 그린 이 작품은 이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더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원석 감독은 지난 2012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충무로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감독. B급 정서와 동화적 이미지로 가득했던 이 작품은 범상치 않은 물건(?)의 등장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남자사용설명서' 이후 차기작으로 할 작품을 고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친분이 있던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가 '상의원'의 시나리오를 건네더라. 사극이라서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품고 있는 감정들에 동화됐다. 영화 속 세 명의 인물, 돌석, 왕, 중전은 과거에 연연하면서 자기 자리에 집착한다. 돌석(한석규 분)의 마음에 공감되더라" 

이원석 감독이 연출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상경 의상감독을 찾아간 것이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옷을 가장 잘 만들어 줄 사람으로 적역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생각한 이미지들을 정리해 조상경 감독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서양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면서 콘셉트를 다시 짜자고 하시더라. 어떤 특정한 시대라고 규정짓지 말고 조선 왕조 500년 중 200년을 섞자고 제안하셨다"
이미지
두 사람은 고증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이원석 감독은 "적어도 한복을 공부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욕을 안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조사를 정말 많이했다"

개성파 감독과 사극 장르의 만남, 이 조합은 퓨전 요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사극에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됐다는 것이다. 뻔한 사극을 원치 않았기에 이원석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판타지 신을 통해 개성을 드러냈다.

영화속 토끼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야기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공진(고수 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진이 만드는 옷으로만 보여주기는 너무 주관적인 것 같아 이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는지는 돌석의 시선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감독의 개성을 명확히 보여준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감독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신은 끝까지 지키고자 했지만, 그것 외에는 시나리오에 충실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 어떤 장난도 치지 않으려 했다. 중반까지 코미디 장르에 가깝다고 하시지만 나는 유머보단 풍자를 의도한 것이었다. 의복으로 웃음을 준 장면들도 실제로 그 당시에 큰 갓을 쓰고, 명나라의 영향으로 큰 옷을 입었다는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원석 감독은 처음엔 돌석의 감정에 이입했지만, 공진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돌석과 공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누구나 내 색깔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정석으로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갈등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 역시 내 색깔을 보여주는 것과 상업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두 가지 욕심이 충돌했다. 데뷔작을 내 중심으로 만들었다면 두 번째 영화는 관객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돌석이 왕을 기다리는 신을 꼽았다. 이원석 감독은 "누구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살 궁리를 해야겠고, 그러면서도 왕을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장면이 아닐까 싶다"면서 "나는 이 인물들이 선사하는 먹먹한 감정이 좋다. 관객들도 이 영화를 어떤 영화라는 규정짓기에 앞서 그저 감정이 가는데로 느끼지실 바란다"고 당부했다.

상업영화로 두 번째 발을 띈 이원석 감독은 "아직 더 노력하고 연구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감독이 고민하는게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일 텐데 나 역시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 같다"고 말했다.

'상의원'은  지난달 24일 개봉해 현재까지 전국 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김현철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