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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다"

지난달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에 의해 3층에서 1층 바닥으로 내던져져 숨진 정상윤(2) 군의 어머니 안모(38)씨는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간 활동보조인만 있었어도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9일 "가해자인 발달장애 1급 이모(19)군의 활동보조인이 복지관에서 자신이 맡은 다른 장애아를 돌보느라 이군을 방치한 사이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안 씨는 "이 군의 원래 활동보조인은 김 모 씨였지만 김 씨의 어머니인 백 모 씨가 대신 이 군을 관리해왔고, 그럼에도 확인도 하지 않고 김 씨에게 급여를 주는 등 활동보조인 관리가 너무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조인 활동 대가로 김 씨에게 급여를 줘온 모 복지재단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 군을 관리해온 활동보조인이 김 씨가 아닌 백 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사실에 안 씨는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안 씨는 "키 180㎝, 몸무게 100㎏의 거구인 이 군을 1대 1로 관리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50대 여성이 동시에 2명의 장애아를 맡았고 정작 이 군은 홀로 방치해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활동보조인을 비롯해 보조인 관리를 엉망으로 한 복지재단, 아들의 상황에 무관심했던 이 군 부모, 지자체의 지원으로 장애아를 돌보는 복지관, 정부예산을 받는 관할 구청 모두가 우리 아이를 죽인 공범"이라며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흐느꼈습니다.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수면제 없이는 하루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안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이 군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몰라 형을 살아도 의미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이 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활동보조인과 복지재단, 복지관 등이 책임을 져야 하며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안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비한 활동보조인과 발달장애인 관리에 관한 법률도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 발생 한달여 만에 직접 경찰과 복지재단을 수소문한 끝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안 씨는 "그동안 아무도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대로 있다가는 결국 우리 아이만 억울한 죽음으로 남을 것 같아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최근 블로그를 개설해 그동안의 심정과 사건 당시 상황 등에 관한 글을 잇달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정 군을 던져 숨지게 한 발달장애인 이 군은 살인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 사하경찰서는 활동보조인과 복지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과실을 묻거나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씨는 "유례가 없는 상윤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장애가 있는 이 군만 처벌된다면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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