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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연가들의 싼 담배 찾아 삼만리

[취재파일] 애연가들의 싼 담배 찾아 삼만리
새해 벽두부터 불어 닥친 담뱃값 인상이 애연가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금연 파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끊겠다는 소극적 금연파, 싼 담배를 찾아 나선 대안적 흡연파, 담배를 계속 피우겠다는 적극적 애연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담배를 당장 끊지 못한다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소극적 흡연파들은 곤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먼저 면세담배가 불법 유통되는 부산 중구의 재래시장(속칭 깡통시장)을 가보았습니다. 두서너 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 면세담배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애연가들이 소문을 듣고 면세담배를 구입하는 광경을 어렵사리 볼 수 있었습니다.

불법 면세담배라는 사실 때문인지 가게 주인들은 극도로 경계심을 가지고 신분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시중 가 4만 5천 원짜리 국산 담배 한 보루의 이 곳 면세담배는 3만 5천 원 선. 1주일 전만 해도 3만 원이던 것이 일주일 새 5천 원이나 올랐습니다. 그래도 시중가보다 1만 원 이상 싸다 보니 담배를 사려는 애연가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송성준 취재파일
이 곳에서 서울에서 내려온 한 대학생을 만났는데 "부산에 내려가면 이곳에서 담배를 사라"고 주위의 소개를 받고 국산 담배 한 보루를 구입했다고 합니다. 주위 친구들 사이에서 이곳은 꽤 알려졌다고 귀띔하더군요. 하긴 깡통시장은 담배뿐 아니라 양주나 음식료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미군부대나 보따리상을 통해 흘러나온 국내외 면세상품을 아주 싸게 살 수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담배 소매 판매점을 가봤습니다. 20분 동안 7명이 담배를 구입했는데 이 가운데 6명이 '롤링 타바코'를 구입했고 나머지 한 명은 원래 피우던 담배 대신 아직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 2종 2갑을 사더군요. 직접 말아 피우는 '롤링 타바코'를 구입한 6명 가운데 5명이 대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었습니다. 모두 처음 구입했다고 하더군요. 구입한 이유는 물론 주머니 사정이었습니다.

하루 시급이 5천500원 선인데 담배 한 갑 4천500원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게 한결같은 말이었습니다. '롤링 타바코'도 가격이 종전 대비 30%가량 올라 부담되기는 하지만 일반 담배보다는 아껴 피울 수 있어 더 경제적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담배를 끊을 수 없어 롤링 타바코를 사 피우지만, 이것도 부담스러워 점심 밥값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씁쓸했습니다. 담배 가게 주인은 담뱃값 인상 이후 하루에 두 갑도 채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전자담배와 롤링 타바코, 파이프용 잎담배를 파는 전문 대리점에서는 10대, 20대 젊은 층들이 쉴 새 없이 롤링 타바코를 구입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리점 업주는 지난해 대비 롤링 타바코의 매출이 5배 이상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가게의 지난해 롤링 타바코 한 달 매출액은 100만 원 미만이었는데 올 들어 닷새 동안 400만 원가량 매출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송성준 취재파일
서울 본사에서는 인기 있는 롤링 타바코 품목이 없어 못 팔 지경이고 덩달아 말아 피우는 담배 제조 용기도 바닥이 난 상태라고 합니다. 젊은 층이 조금 싼 '롤링 타바코'를 선호한다면 40~50대 중 장년층은 파이프용 잎담배를 선호했습니다. 이들은 담배를 끊기는 끊어야겠는데 당장 끊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피우기 귀찮고 덜 피우는 파이프 담배를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면세담배를 허용기준치보다 많이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엿새 동안 김해공항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된 면세담배는 900갑이 넘습니다. 하루 평균 150갑으로 지난 2013년 29갑과 지난해 62갑에 비해 2~5배나 크게 늘었습니다. 부산 세관 조사 결과 담뱃값 인상이 거의 확실시 되던 지난해 12월부터 갑자기 늘어나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5천140갑이 적발됐습니다.

공항에서 파는 면세담배 판매량도 덩달아 많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산 세관이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된 면세담배를 조사해 본 결과 담뱃값 인상이 확실시되던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월평균 8만 보루 가까이 팔린걸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6만 6천여 보루보다 1만 4천 보루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면세담배의 가격은 ‘에세’의 경우 한 보루에 1만 9천 원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시중 가 4만 5천 원과 비교해 보면 한 보루에 2만 6천 원의 가격 차이가 나 애연가들의 구미를 당길 만 합니다. 세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면세담배를 사 가는 여행객이 많다고 합니다. 

안석찬 김해세관 물류 품과 주무관은 “일반 여행자가 단속하지 않을 걸로 생각하고 많게는 10보루 넘게 몰래 반입해 들여오다 적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며 “세관에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금연을 선언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담배 한 갑에 세금이 2천 원이나 더 부과되다니"하며 분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더러워서 안 피운다"라며 금연 결의를 다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흡연 파들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청년들은 오늘도 싼 담배를 찾아 정보를 교환하며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한 대학생은 "솔직히 담배를 줄일 수는 있어도 당장 담배를 끊을 수는 없다"며 "한 끼 식사비를 줄여 담뱃값에 보충해 볼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8뉴스] 재래시장 가봤더니…은밀한 '면세 담배'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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