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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되나…숨죽인 체육계

[취재파일]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되나…숨죽인 체육계
각 나라 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스포츠도 나라별로 선호도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인기 스포츠가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스포츠 기자를 오래 하면서 서양에서는 크게 인기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비인기'라고 생각되는 스포츠라고 느낀 게 바로 '조정'과 '럭비'입니다. 럭비와 조정은 영국에서 발전돼 전 세계적으로 퍼진 대표적인 팀 스포츠입니다.

조정은 '에이트(Eight)'의 경우 8명의 선수가 조타수인 '콕스(Cox)'의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노를 젓습니다. 한 선수라도 힘을 빼게 되면 배의 속도가 늦어질 뿐 아니라 방향도 바뀔 수 있어 끝까지 혼신일체가 되야 합니다.

럭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은 공을 든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드는 상대 수비수를 몸을 던져 막아냅니다. 혼자만 잘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자기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포츠입니다.
  
때문에 영국의 사립학교에서는 이 두 종목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단결심과 팀워크(Teamwork)를 배우도록 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도 전 세계인들이 좋아해 피플스 게임 (People's Game)으로 불리는 '축구'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올해로 186년째를 맞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대학의 조정 정기전은 매년 지상파방송에서 라이브로 중계되고, 럭비는 영연방은 물론 유럽과 남미 그리고 아시아의 홍콩과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매년 3월 7인제 럭비 경기가 열리는데 경기가 열리는 사흘 내내 온 도시가 축제분위기를 이룰 정도로 뜨겁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두 종목이 도입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대표적인 비인기 스포츠의 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정의 경우에는 몇 년전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뤄져 반짝 관심을 받기 했지만 선수를 포함한 전체 인구가 1000명을 넘지 못합니다. 2년 전 충주에서 세계선수권까지 열렸지만 여전히 경기장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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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도 비슷합니다.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때 최강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 가능성을 인정 받았지만 그게 다였습니다. 더구나 럭비는 대표적인 실업팀인 삼성중공업이 곧 해체된다는 소식까지 나돌아 럭비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국내에 럭비 실업팀은 삼성중공업과 한국전력, 포스코, 이렇게 3팀이 있는데 지난 1995년 창단된 삼성중공업은 전국체전 10년 연속 우승을 한데다 현재 국가대표급 선수도 6-7명이나 포함된 명문팀입니다. 삼성측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2월부터 선수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듯 합니다.

만약 삼성이 럭비팀을 해체한다면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럭비 인구는 1300여 명에 불과하고 삼성이 해체될 경우 실업팀은 한국전력과 포스코, 단 2개로 줄어듭니다. 안 그래도 비인기인데 유망주들이 갈 곳은 없어지고 사실상 한국 럭비는 몰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은 럭비를 해체하는 대신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빙상단을 만든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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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럭비단의 한해 운영비는 17억 원에서 20억 원 정도입니다. 기업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매출이 20조 원이 훌쩍 넘은 대기업이 아마 종목팀을 해체한다고 해서 얼마나 이득이 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올 비난까지 생각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팀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럭비를 버린다는 것은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삼성의 이미지와도 잘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럭비는 현재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이 고교 시절 직접 뛰며 심취했던 종목입니다. 이회장은 럭비의 3대 정신인 인내와 협동, 희생을 경영 철학으로 채택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체육계는 삼성의 움직임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일류 기업이 비인기 종목인 럭비를 버릴 경우 다른 아마종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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