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갓바위에 아파트를 지어도…' 묻지마 청약열기

대구의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을 휩쓴 '묻지마 청약열기'가 새해에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주택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 어느 곳보다 뜨거웠던 대구의 아파트 분양 열기는 강추위가 몰아친 연말까지 이어졌다.

전국의 주택업체들이 대구로 몰려와 한 해 동안 신규 분양한 아파트는 2만7천여가구로 추정된다.

시장이 좋을 때 한몫 챙기려는 주택업체들의 물량공세로 연초 예상치보다 2배나 많은 아파트가 분양됐지만, 대부분 1순위에서 동났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올라 전국 평균(2.6%)을 크게 웃도는 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투자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지난달에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주거 기피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 분양한 아파트마저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경신할 만큼 활황세다.

집창촌 '자갈마당' 옆 대구역센트럴자이(50대 1), 경부선 철로변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172대 1) 등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완전분양을 예상하긴 했지만, 학군과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청약률이 그렇게 높을 줄 몰랐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뒤에 자갈마당, 옆에 모텔, 앞에 아라비안나이트클럽'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높은 청약률을 보인 대구역센트럴자이에 대해서는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자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청약 열풍에 '나도 한번'이라는 심리가 가세하면서 새해 신규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대구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분양권 프리미엄 시세, '떴다방'의 움직임 등에 관한 글들로 가득하다.

급기야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1순위 당첨자 중 10명의 전화번호 뒷자리가 같은 사례가 발견돼 불법투기 의혹마저 일었다.

이 때문에 '막차'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뒤늦게 청약통장을 챙기며 골드러시에 뛰어들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대구에 1만4천여가구가 신규 분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시각은 대부분 '지금이 정점'이라는 것이지만, 시장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전망 등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분양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아직은 과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주정수 화성산업 홍보팀장은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토지보상금. 가구의 세분화 등이 아파트 수요 증가요인"이라면서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지역을 가리지 않고 완전분양되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하지는 않고 학군, 주거환경 등에 따라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며 "청약자들이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보수적인 쪽은 대구의 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이 서울·수도권 다음으로 높고, 가격상승률이 전국 최고라는 점에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지사장은 "정부가 침체한 수도권 부동산을 살리려고 규제를 푸는 바람에 대구의 아파트 시장은 조정 없이 좋은 상태가 너무 길었다"면서 올해 부동산시장의 변수로 금리, 공급량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입주 물량이 1만3천∼1만4천가구, 내년까지 2만4천여가구에 달하는데,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에 시장이 나빠지면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리가 인상되면 생각보다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대구는 갓바위 위에 아파트를 지어도 완전분양될 분위기'라는 표현은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대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