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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역 국회의원 잇단 결혼…"우리는 1회용 반창고가 아니다"

[취재파일] 현역 국회의원 잇단 결혼…"우리는 1회용 반창고가 아니다"
지난 6일 새누리당의 김상민 의원이 결혼했습니다. 신부가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여서 더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장에 정치부 기자들보다는 연예부 기자들이 더 많이 모였으니 정치 기사가 아닌 연예기사로 더 많이 다뤄진 것 같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는 김경란씨가 정성을 다하고 있는 남수단 어린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에 김상민 의원도 힘을 보태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부부의 출발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김상민 의원을 잘 모릅니다. 정치 현장을 활발하게 뛰던 때 만났던 전현직 의원들과는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막상 국회 데스크가 돼서 현장을 떠나 있다 보니 19대 국회 초선 의원들과는 만남의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올해 42살이 됐더군요. 경기도 수원 토박이에 초중고는 물론 대학까지 수원에서 나와서 청년 봉사 활동을 하다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에 청년 비례대표로 영입됐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도 청년특위 위원장을 했고, 지난해 7월 전당대회(김무성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에도 청년 대표를 외치며 최고위원에 도전했다가 떨어졌습니다. 3년 전 19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는 39살로 30대였죠.

김 의원의 결혼에 눈길이 갔던 것은 현역 국회의원의 결혼을 지켜본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국회가 출범한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결혼한 게 7차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상민 의원이 7번째인 거죠. 그리고 6번째는 지난해 8월 결혼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 5번째는 지난해 4월 결혼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입니다. 불과 9개월 사이에 현역 국회의원 3명이 결혼한 건데요, 드문 일이 잇달아 일어난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료를 찾아보니 장하나 의원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하던 제주 강정마을에서 신랑인 사진작가 정종배 씨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장하나 의원은 올해 38살이 됐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부친이 운영하는 호텔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예강 씨와 결혼했습니다. 올해 나이 34살로 19대 국회 최연소 의원입니다.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김상민 의원의 결혼에 대해 재치있는 축하 멘트를 날리기도 했더군요. "상민 의원님 결혼 축하드립니다!(여기까지는 정치적 멘트)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요!(이건 마지막까지 해드리고 싶던 멘트) 웰컴 투 더…(이건 진솔한 멘트)"라고 말이죠…

김상민, 장하나, 김광진 의원의 공통점은 청년 대표성을 띠고 19대 국회에 들어온 젊은 의원들이라는 겁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조금 늦은 결혼이지만, 어쨌든 젊은 나이기에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혼인 캡쳐_5
17대 국회 때도 김희정, 선병렬, 안명옥, 홍미영 의원이 결혼했습니다. 이 가운데 청년 대표성은 김희정 의원이 띠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죠. 한나라당 당직자 공채 출신으로 제가 한나라당을 출입할 때는 저를 선배라고 불렀던 기억도 있고, 늘 씩씩하고 열심이었습니다. 17대 국회 때 불과 33살의 나이로 부산 연제구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선병렬, 안명옥, 홍미영 의원은 모두 재혼이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결혼한 7명 가운데 현 19대 국회에 4명의 의원이 있는 셈입니다. 김상민, 장하나, 김광진 의원에 김희정 장관까지 말이죠. 4명의 공통점은 모두 청년 대표성을 띠고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초선인 김상민, 장하나, 김광진 의원은 비례대표고, 김희정 의원은 지역구 출신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86세대(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도 30대 초반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경우가 많았는데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로 출마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그들이 정치적으로 각광받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들이 정치권에 진출했던 시대와 지금 김상민, 김광진 의원이 진출한 19대 국회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지역구 의원은 분명한 자기 지지기반이 있는 데다 직접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례대표 의원들보다 발언권이 셉니다. 비례대표는 직능과 전문성, 세대 대표성 등에 기반해 총선 당시 당 지도부의 지명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는 점에서 발언권도 약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재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역구 의원은 큰 결함이 없으면 많은 경우 다음 총선에도 출마해서 재선에 도전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는 정말 많은 경우 초선으로 끝납니다. 아주 드물게 비례대표로 3선을 한 의원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여장부 김정숙 전 의원과 방송기자 출신으로 3선을 한 강용식 전 의원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비례대표 의원은 나름 입법과 정치발전에 기여하면서도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총선 당시 우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 반창고처럼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전보다 지금은 그런 경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서 비례대표 의원 중 정치에 매력과 사명감을 느낀 분들은 지역구를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가 나중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돼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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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서 결혼한 3명의 의원 가운데 김상민, 김광진 의원도 지역구에 도전장을 던졌는데요, 아마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을 겁니다. 김상민 의원은 경기도 수원 갑에, 김광진 의원은 전남 순천 곡성의 소속 당 지역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들이 간단치 않습니다. 김상민 의원의 경쟁자는 재선 의원 출신으로 서청원 최고위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이고, 김광진 의원의 경쟁자는 초선 의원 출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왔던 서갑원 전 의원과 노관규 전 순천시장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경쟁이 치열해서 아직도 양 당에서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곳 모두 각 당의 최대 관심지역이 돼버렸습니다.

수원 갑은 새누리당의 비박계(김상민)와 친박계(박종희)의 대결장처럼 돼버렸습니다. 친박계에서는 김무성 대표 측이 김상민 의원을 꽂으려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비박계에서는 친박계가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지명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수원갑을 따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리고 있습니다. 김상민 의원과 경쟁하는 박종희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갑자기 100% 여론조사로 위원장을 선정하겠다고 하는데, 최근 결혼 관련 소식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김상민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새정치연합 전남 순천 곡성은 최연소 의원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직 의원들의 경합에 사고 지역구로 지정됐습니다. 다음달 전당대회 이후에 새 지도부가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지금 상황에서 괜히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결정입니다.

어떤 사람이 해당 지역의 위원장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런 치열한 경쟁에 놓인 젊은 비례대표들 입에서는 절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 대표라고 데려다 놓고 코스프레나 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 즉, 우리를 1회용 반창고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인 거죠. 젊은 층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해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결혼까지 한 이색적인 풍경 속에는 이런 치열한 정치적 경쟁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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