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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덮치는 차 막으려다…뺑소니에 쓰러진 '참스승'

<앵커>

여든 살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며 학교앞에서 교통봉사를 해 온 한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전 아이들을 덮친 차량을 몸으로 막으려다가 크게 다쳐서 지금 병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그 사연을 전하겠습니다.

<기자>

16년 전 벌써 퇴임을 했지만 임채승 선생님은 매년 자비로 100만 원씩 장학금을 내놓았습니다.

교감으로 퇴직한 학교 앞에서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힘들다는 교통지도 봉사까지 했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인도 위가 아니라 항상 이렇게 도로 한가운데까지 걸어 나와서 몸으로 차를 막으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도왔습니다.

이게 보시다시피 크기는 몇 폭 되지 않은 굉장히 좁은 도로이지만 양옆으로 차가 쉴 새 없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이런 몸으로 막는 교통 지도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조지형/후배 교사 : 이렇게 (선생님이) 차도 앞까지 나오셔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계시니까. 위험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애쓰시는 거죠). 매일매일 항상 여기에 계세요.]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4년.

[마을버스 기사 : 매일 나오셨었어요, 매일 나오셔서 교통정리 하시다가.]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더는 선생님을 볼 수 없습니다.

매일 교통지도를 하던 그 횡단 보도에서 아이들을 덮쳐오는 차량을 몸으로 막아내곤 쓰러진 겁니다.

[사고 목격 학생 : (선생님이 달려오는 차를) 몸으로 막으려고 하셨는데 차가 그대로 와서 그냥 받았어요.]

[사고 목격 중학생 : (선생님) 숨 쉬시는 건 보이는데 안 일어나시고 (쓰러져 계셨어요.)]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습니다.

[사고 목격 학생 : (사고 운전자는 나오지 않고) 그냥 그대로 (운전석에) 앉아 있던 걸로 기억해요.]

[윤기찬/사고 수습한 후배 교사 : (사고 낸 운전자 얼굴이) 왜 술 먹으면 덜 깬 상태 있잖습니까? 벌게서, 입에서 술 냄새가 계속 났어요.]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에도 운전자에게 술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지만, 음주 여부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혼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달아났다가 뒤늦게 자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 : (나중에 경찰서 나와서) 자기가 운전하기 전에 안 먹었다, 대신에 사고가 난 다음에 집에 가서 먹었다 (라고 진술했는데.)]  

결국 운전자는 지난달 구속됐지만, 면허가 없어서 보험금 한 푼 나오지 않았고 합의에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뇌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크게 다친 임 선생님은 석 달째 병상에서 끝 모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임채승 선생님 부인 : 그거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제가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냥 올해만 할게, 그러시고 말더라고요. 우리 할아버지가 워낙 애들을 사랑하시니까.] 

(영상취재 : 강동철·김세경,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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