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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체위기 코로사…선수들은 왜 뛰쳐나갔나?

[취재파일] 해체위기 코로사…선수들은 왜 뛰쳐나갔나?
한국 핸드볼계는 요즘 코로사 사태로 시끄럽습니다.  2014년 핸드볼 리그 우승팀으로 지난 2001년 창단한 명문 코로사는 네이밍 스폰서였던 웰컴론의 후원 중단으로  해체위기에 처했습니다.

● 코로사는 어떤 팀?

코로사는 장미 육종 업체 이름입니다. 연매출이 17~8억 원에 순이익이 7억 정도고 직원도 10명 남짓한 작은 회사입니다. 대기업이나 관공서가 운영하는 탄탄한 팀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 팀의 대표는 코로사의 사장 정명헌 씨입니다. 워낙 핸드볼을 좋아해 독일 유학시절 아무추어 선수로도 활동할 만큼 핸드볼 매니아입니다.

재정형편이 좋지 못하다 보니 과거에는 선수들이 낮에는 장미를 팔고 밤에는 훈련을 하며 운영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어려운 팀인지 감이 오시나요?  코로사는 힘든 시기를 겪다 2009년 웰컴론과 3년간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팀 다운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후원규모는 연간 7~8억 원이었습니다.

● 국내 최고의 팀으로 성장

경남 대표로 뛰는 조건으로 경남체육회에서도 3억 5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또 정명헌 대표의 사재까지 더해 연간 운영비 규모는 14억 원 정도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정명헌 대표는 사재를 털어 구단에 쏟아부었습니다. 자금력이 갖춰지자, 우수한 선수들을 엄청난 조건으로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선수와는 4년 총액 4억 5천만 원에 계약을 맺기도 했었습니다. 또 한 선수는 코로사로 팀을 옮기면서 연봉이 두 배인 7천만 원으로 오르기도 했죠.

비인기종목인 핸드볼 남자 평균 연봉이 4000만 원 선이라는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계약인 셈입니다.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는 정명헌 대표의 바람과 선수들의 노력은 결국 2014년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 후원 중단…뛰쳐나간 선수들

웰컴론의 후원 중단으로 탄탄하던 팀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웰컴론이 후원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게 8월.  언론의 보도로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게 11월. 석 달 사이 정명헌 사장은 어떻게든 후원해줄 팀을 찾아다니느라 바빴겠지만, 선수들과 함께 고난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지 않은게 잘못이었습니다.

뒤늦게 선수들은 배신감에 좌절했고, 불투명해진 미래와 해체 위기에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정 대표는 고액 연봉자들에게 함께 고통에 동참하자 제의하고 팀을 어떻게든 꾸려나가겠다고 했지만, 선수단은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을 거부하고 뛰쳐나갔습니다.

그렇게 코로사는 붕괴됐습니다.

●  쓸모없는 감정 싸움…뛰쳐나간 선수들

뛰쳐나간 선수들은 정명헌 대표를 비난하며 단체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월급이 수시로 밀렸고,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형편없어 운동에 집중할 수 없다며, 정명헌 대표와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핸드볼을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까지도 했습니다.

정명헌 대표도 뛰쳐나간 선수들과는 계약하지 않았고, 선수들과 함께 나간 장인익 감독을 해임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코로사 퇴단

● 오히려 팀해체를 원하는 선수들?

정명헌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구단주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게다가 선수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당한 대우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원정시합 때 모텔에서 생활해 운동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지요. 웃긴 사실은 타 팀의 남자 핸드볼 선수는 물론 여자 선수들 대부분도 지방 경기 때 모텔에서 생활한다는 겁니다.

정명헌 대표를 그저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일까요?  도대체 선수들은 왜 정명헌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걸까요?

핸드볼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적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로사라는 팀이 해체하게 된다면 타 팀으로 옮길 때 그 팀이 부담해야 할 이적료가 사라집니다. 선수들은 이적료를 부담스러워하는 타 팀으로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선수들로서는 오히려 팀이 해체되는게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반면 14년 동안 많은 돈을 쏟아부은 정명헌 대표는 아무 것도 건질 게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정명헌 대표는 팀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고, 선수들은 어떻게든 팀이 해체되기를 바란다는 그런 이야기가 핸드볼계에서는 파다합니다.

현재 코로사를 후원하겠다는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정명헌 대표가 올 10월까지는 어떻게든 팀을 꾸리겠다고 했으니 사실상 올 시즌이 끝나면 해체하게 되겠지요. 뛰쳐나간 선수들은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해체가 되기만 하면 자유롭게 다른 구단을 갈 기회는 분명히 남아있게 되는 겁니다. 

● 결국 돈이 문제다

구단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대표.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선수들. 누구도 비난하기는 힘듭니다. 또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웰컴론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웰컴론이 핸드볼을 후원하며 얻은 홍보효과는 미미했고 그러는 사이 동종업계 라이벌인 러시앤캐시는 프로배구단 운영으로 엄청난 홍보와 함께 이미지 쇄신을 일궈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웰컴론이 코로사 후원을 그만두고 프로배구 우리카드 인수에 뛰어든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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