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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이슬람과 예수'-예수는 신의 아들인가? 마리아의 아들인가?

[월드리포트] '이슬람과 예수'-예수는 신의 아들인가? 마리아의 아들인가?
이슬람에서 예수는 존재하는가? 그리고, 예수는 신인가? 사람인가?
이집트에 살면서 연말연시가 되면 한국과 매우 다르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성탄과 새해 분위기가 없다는 겁니다. 12월 25일은 그냥 평범한 12월의 하루일 뿐이고, 1월 1일 역시 모든 근로자가 나와서 일하는 그냥 새해 첫 날일 뿐입니다. 저 역시 카이로지국 현지 직원이 사무실에 나오는 덕분에 함께 나와서 일했습니다.

그렇다고 이집트가 아기 예수 탄생을 완전히 모른 척 하고 넘어가는 건 아닙니다. 1월 7일을 아기 예수 탄생일로 삼고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집트가 이슬람국가지만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명시해놨고 이집트만의 기독교인 ‘콥틱교’도 있습니다.

콥틱교인은 전체 이집트 인구의 약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카이로의 구 시가지나 유서 깊은 헬리오폴리스 같은 지역을 가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사이사이로 꽤 많은 콥틱 교회를 볼 수 있습니다. 콥틱교의 역사는 예수 탄생과 함께 합니다. 깊게 들어가면 한이 없지만 이역만리에 계신 분들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동방정교회의 한 분파로 여기시면 됩니다. 한때 이단으로 몰려 심한 박해도 받았습니다. 물론 교황이 따로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이
<카이로의 콥틱교회, 둥그런 아치형 지붕이 특징입니다.>
 
콥틱교에서는 성탄절이 왜 1월 7일일까요? 달력이 달라섭니다. 우리가 성탄절로 알고 있는 12월25일은 그레고리력에서 따온 날입니다. 이 12월 25일을 율리우스력으로 따지면 1월 7일이 됩니다. 이집트 콥틱인들은 성탄절 이브에서 43일전부터 금식을 합니다. 예수의 고생을 함께 느끼자는 의미입니다.

이들 콥틱교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유아세례를 한 뒤 한쪽 손목의 손바닥 쪽에 산양 젖에 담가두었던 바늘로 십자가 모양의 문신을 새겨 넣습니다. 이 역시 예수가 십자가에 목 박힌 고통을 잊지 말자는 교리에서 나온 것이죠. 무슬림형제단인 무르시 정권 시절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많은 콥틱 교회가 불타기도 했습니다. 반군부 시위가 한창인 지난해 역시 이슬람주의자자 대부분인 반군부 시위대가 콥틱 교회에 불을 지르고 콥틱인을 살해하는 일도 있었죠. 그래서 콥틱인들은 군부 독재의 회귀라지만 엘 시시 정권을 오히려 지지하는 편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콥틱교 이야기를 한 건 이슬람에서 예수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섭니다. 중동의 맹주이자 이슬람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집트조차 인구의 10분의 1이 넘는 이들이 기독교인입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이슬람은 지배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을 박해하지 않았습니다. 개종 역시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교도라면 개종 아니면 죽음, 또는 개종의 선택권도 없이 묻지마 학살을 자행했던 중세 기독교와는 크게 다릅니다.

왜 일까요? 이슬람교에서도 기독교가 신성시하는 예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들기 때문입니다. 이슬람교에서 관용과 용서가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이유도 있지만 기독교를 이슬람교와 뿌리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서라고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슬람과 기독교, 내친 김에 유대교까지 넣어서 이들 세 종교 모두 구약 성서를 근간으로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습니다. 표현이야 알라, God, 야훼 처럼 다르지만 다들 유일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유대교에선 오직 이스라엘만이 선택 받고 구원 받는 종족이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은 누구나 구원(이슬람에선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받을 수 있는 전인류적인 종교입니다. 다만, 기독교에선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인정하고 이슬람에선 그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차이점 있죠.
 
[월드리포트] '이
  <왼쪽부터 콥틱예수, 검은예수> 
<예수는 아랍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중동에서 예수 초상화는 아랍의 얼굴과 피부색을 가졌습니다.>
 
예수는 어떤 지위를 차지할까요? 유태교는 민족종교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으면 누구나 구원받는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부정합니다. 예수는 신의 아들도 아닙니다. 기독교는 삼위일체에 따라 예수는 신의 아들로, 신과 동등한 지위를 가졌습니다.

이슬람은 어떨까요? 이슬람에선 5대 선지자, 예언자가 있습니다. 연대 순으로 나열하면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입니다. 예수를 유일신 알라 (알라가 유일신이란 뜻입니다. 하나님이죠.)의 메신저이자 강력한 선지자로 받들고 있습니다. 코란에선 예수를 이사( Isa )로 표현하는데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25번이나 예수, 이사, 마리암(마리아)의 아들, 크리스트, 알라의 메시아, 알라의 말씀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마리암’이란 표현으로 34번이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슬람에서 예수의 탄생도 기독교의 성서와 비슷합니다. 코란에서는 동정녀 마리암이 예수를 잉태하고 낳는 과정이 신비롭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신의 뜻에 따라 동정녀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가지게 됐고,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혼자 예수를 낳습니다. 이때 알라가 사막에서 샘물을 솟게 해 마리아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태어날 때 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울음과 동시에 악마와 접촉하게 되는데 예수와 마리아는 원죄가 없는 순수한 상태로 태어난 존재라는 거죠. 비슷한 이야기로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아 가족들에게 데려오는 동안 알라는 마리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을 맹세하게 했습니다. 사실 동정녀가 어느 날 아기를 안고 동네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얼마나 말이 많겠습니까? 대신 알라는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요람의 예수가 대신 말을 할 것이라고요. 이게 바로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입니다.

여기서 기독교와 차이, 이슬람에선 마리아의 남편 요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혼자 잉태하고 혼자 출산합니다. 더 중요한 차이 기독교 사도신경엔 ‘…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낳으시고…’ 란 구절이 있습니다 곧 예수가 신의 아들이란 뜻이죠. 그래서, 성부(하나님), 성령, 성자(예수)를 삼위일체로 봅니다. 이슬람에선 예수는 그저 사람입니다. 다만 신의 계시를 받아 예언하고 기적을 행한 선지자입니다.

코란에도 예수가 행한 기적들은 다양하게 열거돼 있습니다. 신약 성서와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 유명한 오병이어(五餠二魚)로 5천명의 배를 채우고, 장님을 눈 뜨게 하고, 나환자를 치유하고, 심지어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기적까지 어쩜 성서와 같은 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치합니다.  ‘신의 아들이 아닌 알라의 기적을 행한 선지자’ 바로 이슬람의 예수입니다.

예수에 대한 성서와 코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기독교에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며…’ 라고 하죠. 로마총독인 빌라도는 예수를 종교적 문제로 간주해 판단을 유대인들에게 떠맡겼고 유대인은 ‘유대인의 왕을 십자가에 못 박아달라’고 했죠. 그래서 예수는 속민들의 원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사흘 만에 부활해 하늘로 올라간다는 내용입니다.

이슬람에선 다릅니다. 코란은 예수가 십자가형에 당한 건 ‘그렇게 추측할 뿐 예수는 살해되지 않았다’며 ‘순교자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그들은 살아있지만 너희들이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절대로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육신은 일반 사람과 똑같은 형태로 눈을 감았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죽지 아니하고 하나님 알라 옆에서 지내고 있다는 겁니다. 죽지 않았으니 부활도 하지 않았겠죠.

그럼 도대체 십자가에 목 박힌 건 누구라는 걸까요? 이슬람에선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일단 예수가 아니라는 건 공통된 의견입니다. 예수를 고발한 이(예수의 제자 ‘유다’겠죠)를 알라가 예수처럼 보이게 해서 배신의 죄값을 치르게 했다는 게 이슬람의 정설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럽게까지 예수의 십자가형을 부정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독교에선 예수가 자신을 희생해 인류를 구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희생을 통한 구원’을 주창하죠. 하지만 이슬람에서 구원을 받는 건 신의 절대성을 깨닫는 데 있다고 여깁니다.
 
[월드리포트] '이
<이슬람 교전 코란, 이슬람에선 선지자의 얼굴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함마드나 예수의 모습이 담긴 이슬람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심판의 날’, ‘최후의 날’은 이슬람에도 존재합니다. 기독교에선 종말에 앞서 7가지 계시가 나타나고 천사가 내려와 착한 사람은 승천하고 나머지는 그냥 세상과 함께 끝나버리죠.

이슬람은 최후의 날이 같지만 결말이 다릅니다. (계시도 10가지나 되고요.) 이 다른 결말에서 예수가 살아있는 이유가 등장합니다. 알라를 믿는 알 마흐디(Al Mahdi)가 반크리스트(Anti-Christ)와 전쟁을 벌일 때 예수가 다시 세상에 온다고 믿습니다.

알 마흐디는 최후의 날이 오는 시점에서 칼리프(신정일치의 이슬람 최고지도자)로 이해하시고, 반크리스트는 반기독교가 아닌 알라를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코란은 예수가 지금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동쪽으로 내려온다고 ‘콕’ 찍어 말합니다. 예수가 알 마흐디와 함께 싸워 반크리스트를 물리치고, 알 마흐디가 죽으면 이슬람 제국의 왕으로 40년간 세상을 통치할 것이라 예언합니다.

예수는 40년 간 세계를 평화롭고 정의롭게 다스린 뒤 평범한 사람처럼 눈을 감을 것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지 ‘메디나’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묻힌 곳)에 묻힐 것이라고 자세히 묘사해놨습니다. ‘예수의 재림’이 ‘종말’이 아닌 ‘새 시대의 개막’이 되는 거죠.

좀 빗나간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준동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도 이런 ‘심판의 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지도자 알 바그다디가 스스로 칼리프라 공포하고 자신들의 벌이는 전쟁이 바로 ‘반크리스트’와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심판의 날’이 다가왔음을 선전하기 위해섭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싸우는 명분을 종교적으로 공고히 하고 이른바 ‘외로운 늑대’를 더 불러모으기 위한 술책이죠. 왜 그들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나?

왜 그들이 그렇게 잔혹하게 처형하는가? 왜 그들이 서슴지 않고 자살폭탄을 자행하는가? 그 근간이 바로 이 ‘심판의 날’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정치적으로는 IS의 준동에 대해 정말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종교적으로 판단하면 IS는 그야말로 ‘종말론적 광신도’라고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을 1천 년 넘게 지탱해온 코란의 구절이 결국 21세기 들어 많은 이슬람지역을 비극과 수렁에 빠뜨리는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끝으로 ‘이슬람과 예수’는 저 역시 범했던 오류였지만 이슬람교 자체를 그저 이교도를 부정하며 전쟁이나 좋아하는 극단적인 종교로 잘못 인식하는 실수를 여러분은 반복하지 않기 바라는 바람에서 적었습니다. 제 관점에서 종교란 서로 ‘다른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전 기독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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