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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학생 위해 써달라" 80대 할머니 1억 원 쾌척

"어렵게 살다가도 아이들이 모두 착해 6남매 모두 공부시킬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런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

제주시 구좌읍 송달리에 사는 김경수(81) 할머니가 평생 모은 귀중한 돈을 제주대학교 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놓아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녹였습니다.

김 할머니는 어제(5일) 제주대를 찾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 원을 전달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중인 김 할머니는 지난 12월 말 병실에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모은 돈을 모두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병이 악화돼 지금이 아니면 오래전에 마음에 둔 뜻을 실천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이 기부한 장학금으로 가난 때문에 배움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60여년 전 제주에 불어닥친 4·3의 풍파 속에 부모님을 잃은 김 할머니에게 가난으로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일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습니다.

거친 흙밭을 일구며 여동생을 뒷바라지해야 했고 6남매를 키우느라 어머니로서의 삶만 허락됐을 뿐 자신을 위한 시간은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뜻을 자식들은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자녀들은 '장학금 기부자 자녀들의 드리는 글'을 통해 "의연하신 의지로 단호한 결정을 내려주신 어머님께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기부한 돈은 평생 한여름 뙤약볕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면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해 모은 쌈짓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자식들과 헤어져야 하지만 마음은 늘 자식과 함께 하고 싶으셔서 장학금을 통해 훌륭히 자라나는 후손들이 당신을 대신해 우리와 함께하는 모습을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며 어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김 할머니가 기탁한 돈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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