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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무성 대표 한 마디에 선거 룰 '휙휙'

당협위원장 선정방식 잡음…예측 가능성 훼손 우려

[취재파일] 김무성 대표 한 마디에 선거 룰 '휙휙'
새누리당이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간 갈등으로 시끄럽습니다. 한 때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 연구원장에 앉히는 문제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기에 공석인 당협위원장 선정 방식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내 분란이 더욱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김무성 대표 취임 6개월째에 접어들어 당내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는 겁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1일까지 공석인 6개 지역 당협위원장을 선정할 예정이었습니다. 현장 실사와 면접 등을 통해 평가가 대부분 완료됐는데, 김무성 대표의 말 한 마디에 돌연 선정 절차가 연장됐습니다. 기존 평가방식으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여론조사를 통해 위원장을 고르기로 한 겁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송년 오찬 모임에서 이 사실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당시 김 대표의 발언은 이랬습니다.

"공천과 당협위원장 선정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옳을지 모른다. 나는 공천과 당협위원장 선정 과정도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대표가 되겠다고 해서 당대표 됐고, 당권에 권력 권자 없애겠다고 당대표가 된 사람이다. 그래서 당협위원장 선정도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전부 여론조사 하기로 결심했다. 일체 난 거기 관여 안한다"

김 대표는 당시 발언에서, 이런 결정은 사무총장, 부총장과도 상의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5일 새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김 대표의 결정에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 최고위원이 반발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 실사와 면접을 진행해놓고, 다시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 대표는 주민의 뜻을 물어서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지만,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새 나오는 등 이견은 쉽게 봉합되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당협위원장이 되면 당의 지역 조직 관리 임무를 맡게 되고, 총선 때 지역구 출마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당내 역학 관계까지 맞물려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직 의원과 현직 비례대표 의원, 유명 정치인 등이 출사표를 내고 일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총선 본선거 만큼은 아니어도 당내에서는 꽤 중요한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민의 뜻을 묻는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의 취지에도 부합하고 의도는 높이 평가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한 당내 선거 룰이, 왜 대표의 한마디에 휙휙 뒤바뀌는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볼 부분이 많습니다. 당장 한 당협위원장 후보는 "우리야 무슨 힘이 있느냐, 우리는 당이 정하는대로 따를 뿐 이러쿵 저러쿵 할 위치에 있다"면서도 "여론조사를 할 거면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습니다.

선진 민주주의는 주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12년 만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게 칭찬받을 수 있던 것은, 우리 정치의 예측 가능성을 한 차원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김무성 대표는 친박계로부터 권력을 사유화하고 사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는 본래 시끄러운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이번 당협위원장 선거 룰 변경은, 주민의 뜻을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선량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고, 사당화 논란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빛이 바랜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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