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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문순 지사님, 제발 정신 차리세요

[취재파일] 최문순 지사님, 제발 정신 차리세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분산개최 검토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문순 지사를 직접 인터뷰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최 지사는 “일부 종목에 한해 북측이 요구하는 남북 분산개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 지사는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분산개최를 언급하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북한이 동참하겠다면 평화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상징성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큰 비용을 들여 건설할 경기장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등 일부 종목에 한해 분산개최를 얘기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지사는 또 “북한의 올림픽 동참 여부가 중요하다”며 “현재 이를 논의할 통로가 없는 만큼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남북 의제 포함 여부를 정부 등에 공식 제안할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최문순 지사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책임지고 있는 공인이 했다고 보기에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최 지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1.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안한 ‘해외 분산개최’의 ‘해외’ 개념에는 당연히 북한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 지사는 이미 ‘해외 분산개최’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지사는 북한을 ‘해외’로 간주하지 않습니까?       

2. IOC의 해외분산 개최 대상은 썰매 경기장입니다. 건설비가 1천억원이 넘고 올림픽 이후 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아 재정 부담 감소 차원에서 제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 지사는 기존 시설 활용으로 건설비가 거의 들지 않는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을 하필 북한에서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까?

3.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해외 분산개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최 지사도 1월2일 신년 간담회에서 남북 분산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겨우 3일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 대통령의 뜻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4. 남북 분산개최가 이뤄지려면 정부의 결심과 함께 IOC의 승인까지 필요합니다. 국가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화해 차원에서 결단할 수는 있어도 강원도지사가 ‘검토’ 운운할 사안이 전혀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신년 초부터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니까 최 지사가 미리 선수를 칠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5.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국내 분산 개최에 반대했습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의 원주 이전, 개-폐회식장 강릉 이전 문제에 대해 최 지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침묵은 결국 ‘반대’로 해석됐습니다. 최 지사는 국내 다른 시도에 종목을 넘겨주는 것은 물론 강원도 내 다른 지역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도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북한에게만 종목을 주려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6. 강원도지사와 평창 조직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준비의 양대 축, 즉 ‘투톱’입니다. 두 사람의 팀플레이에 따라 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최 지사님은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등 매우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조양호 위원장이 취임 직후 최 지사와의 갈등으로 “조직위원장 못해먹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평창 조직위와 팀플레이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합니까?     

7. 평창 올림픽준비의 핵심은 신축 경기장을 제때에 짓는 것입니다. 경기장 건설은 강원도가 책임지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공정률이 평균 10%밖에 되지 않아 그야말로 ‘초치기’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최 지사는 공사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혹시 남 탓이라 생각합니까?

8. IOC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미 평창을 우습게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해외 분산개최에 확고하게 반대한 상황에서 강원도지사가 불쑥 ‘남북 분산개최’ 검토 발언을 꺼냈으니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자신의 발언이 평창에 대한 국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지 고민한 적은 없습니까?  

9. 강원도청은 파문이 일자 어제 최 지사의 발언에 대한 해명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요지는 최 지사가 남북 분산개최에 대한 개인적인 희망을 말했을 뿐인데 인터뷰한 언론이 실제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뉘앙스로 확대 해석해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공인의 말은 천금의 무게를 갖습니다. 강원도지사가 한 곳도 아니고 2개 언론사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은 그게 아니고...’라고 변명하는 것은 너무 구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일(행동)은 재빠르게 하되 말은 신중하게 한다”(敏於事而愼於言)고 했습니다. 최문순 지사가 반드시 새겨야 할 경구라고 판단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각계 인사들과 저의 생각을 모두 합쳐 끝으로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지사님, 제발 정신 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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