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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짜 잘했나?"…자동차 업계 성적 뒤집어보기

[취재파일] "진짜 잘했나?"…자동차 업계 성적 뒤집어보기
지난 한해 국내 자동차업계 성적은 어땠을까요? 전체적으로 선전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작년 한해는 엔저로 인해 환율이 불리했고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안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내수와 수출 모두 성장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산차업체 5곳은 작년에 내수 145만3천811대, 수출 749만1천441대로 총 894만5천252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재작년보다 3.9% 더 많이 판 수치로, 내수는 5.8%, 수출은 3.5%로 둘다 늘었습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먼저 현대기아차가 현대차 496만 3천 대, 기아차 304만1,696대로 사상 최초 8백만 대 판매에 내수 점유율 79.1%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달성했습니다. 차종별로는 아반떼가 전세계에서 92만8,438대가 판매되면서 한국 자동차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요, 국내에서는 쏘나타가 10만8,014대가 판매돼 4년 만에 연간 국내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한국GM은 말리부 디젤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총 63만 532대 판매 중 내수만 15만4,391대를 팔아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내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르노삼성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소형 SUV QM3가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를 누리면서 내수 판매가 전년보다 33.3%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이 더해지면서 수출도 26.6%나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덕분에  재작년까지만 해도 쌍용차에 뒤져 국내 완성차 업체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쌍용차를 누르고 다시 업계 4위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모델이 하나도 없었던 쌍용차가 전년보다 3.2% 판매가 감소하며 업계 최하위로 내려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 성적은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해도 괜찮을까요? 지금부터는 조금 뒤집어서 보겠습니다.
 
현대기아차_640
역시 먼저 현대기아차부터 보면 지난해 사상 최초로 800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지만, 이는 양적인 성장일 뿐 환율 악재 등으로 영업이익 자체는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4분기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긴 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 19% 감소한 상황입니다.
 
내수를 볼까요. 현대기아차가 내수 점유율 79.1%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이는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는 수입차들을 뺀 수치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그야말로 수직상승중입니다. 지난해 20만 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점유율로 따지면 15%를 넘느냐 마느냐 할 수준입니다. 오히려 일부 수입차업체들은 일단 점유율 15%를 넘지 않길 바랄 정도인데요, 15%를 넘으면 수입차가 너무 많아졌다는 인식에 역풍이 불 걸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기쁜 티를 내지 않으려고 감추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수입차를 포함하면 현대기아차의 내수점유율은 70% 아래로 추락할 게 거의 확실합니다. 내수 성적이 그리 좋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죠.
 
차종별로 보면 쏘나타가 10만8천대로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역시 잘 뜯어보면 이 중 30% 이상은 신형 LF가 아닌 구형 YF 모델입니다. 사실 LF 쏘나타의 판매 자체는 기존 역대 쏘나타 모델 중에서 저조한 편에 속합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처음엔 반응이 좋았지만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일각에서는 "이젠 더이상 '국민차'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수입차에 대한 대항마로 야심차게 내놓은 아슬란 역시 기존 판매목표 6천 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판매 성적을 거둬 빨간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건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집니다. 한국GM은 내수만 좋았을 뿐 전체 판매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수출은 무려 24%나 줄었습니다. 한국GM은 유럽 시장의 쉐보레 브랜드에 납품을 해왔는데, 쉐보레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다른 수출 시장 대안을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인 거죠.
 
가장 잘 나갔다는 르노삼성을 볼까요? 지난해 르노삼성을 견인한 건 내수에선 QM3, 수출에선 닛산 로그인데, 둘다 우리 차라고 하기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QM3는 무늬만 국산차일 뿐 국산차가 아닙니다. 전량 스페인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차로. 국내에서 개발한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생산하지도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판매는 국산차 실적으로 잡히는데 보험료 기준은 수입차로 적용받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QM3를 수입차로 분류하면 수입차 내수점유율은 15%를 훌쩍 넘어갑니다). 르노삼성이 북미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SUV 닛산 로그 역시 엄밀히 따지면 우리 차라고 보기 힘듭니다. 닛산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위탁생산하는 셈이니까요.
 
특히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한국GM과 르노삼성 두 회사 모두 우리만의 독자 고유 모델 개발 명맥이 사실상 끊긴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이 정도면 작년에 우리 자동차 업계가 잘했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 자동차 회사들이 대외적 악재 속에 나름 선방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축을 벌이는 것보다 올해는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더 내실있는 성장을 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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