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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자국 항공기'를 향한 염원…MRJ와 제로센

[월드리포트] 日, '자국 항공기'를 향한 염원…MRJ와 제로센
일본이, 반세기 만에 만든 '국산 제트 여객기, MRJ'에 흥분하고 있습니다. 'MRJ'가 오는 봄 시험비행에 나선다는 소식에, 연초부터 떠들썩합니다. 벌써부터 "일본 항공산업의 부활"  "실지(失地)회복" 같은 구호가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일본 항공기
  - 지난해 일본이 완성한 제트여객기 MRJ -

일본 제트여객기 'MRJ'는 지난해 10월 18일 완성품이 공개됐습니다. 표준좌석 78석과 92석, 2종류의 중형 항공기로(100석 기준으로 대형/중형 구분, 10석 이하는 소형) 항속거리 3,400km의 근거리 노선용입니다.

미쓰비시항공기(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가 만들었는데, 일본 입장에서는 10년에 걸친 '역작'입니다. 공식 개발 사업은 2008년 3월 개시됐지만,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된 건 2003년 5월부터입니다. (사실 항공기 개발사업이 대개 10년은 걸립니다만.)

그런데 일본 '자국 제트 여객기'라고 해서, 100% 일본산은 아닙니다. 엔진은 미국 PW(Pratt & Whitney)사가 만들었습니다. 연비를 20% 정도 개선한 최신 엔진으로, 넓은 좌석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일본 항공사인 ANA와 JAL뿐만 아니라 미국과 미얀마 등 6개 항공사로부터 407대의 주문을 이미 받아놓은 상황입니다.

자국 항공기술의 발전과 성과는 물론 기쁜 일이지요. 일본이 기뻐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항공산업 역사'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금 다른 측면이 보입니다. 일본에게 있어서, '자국 제트 여객기'로 상징되는 항공산업은 일종의 '국가 자존심 회복' 문제로 보입니다. 앞서 "실지(失地)회복"이라는 신문 기사 제목이, 일본의 이런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로센
        -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주력기 '제로센' -

태평양 전쟁 직전 일본의 항공산업 종사자는 10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가미카제 자살 공격에도 사용됐던 '제로센'을 비롯해, 군용기 중심으로 연간 2만 5천 대를 생산했던 세계적인 항공산업 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대전 패망 이후, 연합군 사령부에 의해 일본의 항공기 생산활동은 전면 금지됩니다. 항공기 기술자들은 철도나 자동차 분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일본 자동차 산업 등에는 전화위복이 됐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1952년, 일본의 항공기 제조 활동이 해금됩니다. 한국전쟁 덕분(?)이지요. 미군 항공기 정비나 부품생산에 일본은 활용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이후 미국을 통해 첨단 항공관련 기술을 흡수하면서, 최초의 일본 민간여객기 'YS11'을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YS11'은 1962년 시험비행을 거쳐, 65년에 정식 취항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일본의 하늘에 국산 비행기를"이라는 구호 아래 일본 정부가 주도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64년 도쿄 올림픽 성화 수송에 'YS11'을 활용하기도 했고, 해외 시험비행을 적극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자국산 항공기' 개발은, 패전으로 땅에 떨어졌던 일본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이기도 한 겁니다.
일본 항공기
- 일본의 첫 민간 여객기 YS11 -

일본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YS11'은 채산성 악화로 1973년 퇴장합니다. 항공산업, 특히 완성기 산업은 수요처 확보가 생명인데, 미국 항공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182대가 생산되는 데 그쳤습니다.

'YS11' 퇴장으로부터 42년, 태평양전쟁 종전 70년이 되는 올해, 일본산 제트여객기 'MRJ'가 다시 하늘을 날게 됩니다. 일본 언론은, 'MRJ' 성공을 위해 일본 정부와 산업계의 총력 지원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YS11'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적 결의'마저 느껴집니다.

'자국 제트여객기'에 흥분하는 일본의 '오늘'은,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또 일본사회의 우경화 경향과 겹치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PS : 내친 김에 우리 민간 항공산업 현주소를 요약하면…

항공기 정비와 부품 산업 중심으로, 세계 항공산업 점유율 0.5%(세계 15위권) 연간 20억 달러 규모입니다. 관련 산업 종사자는 1만 명 수준입니다. 2013년 12월 4인승 소형기 'KC-100'을 개발 완료해, 2016년까지 공군사관학교에 비행훈련용으로 23대 납품 예정입니다.
국산 항공기
- 국산 항공기 KC-100 -

지난해 미국과 항공안전협정(BASA)을 확대 체결하기로 해, 세계 최대 항공시장인 미국 수출길이 열린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동안은 부품급 수출만 가능했지만, 소형 비행기급으로 확대되는 겁니다. 우리의 당면 목표는 2025년 '미래형 개인용 항공기' 자체개발입니다. 

광복 70년, 마음만으로 일본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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