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첫 번째 목적지인 독도로 출발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독도의 일출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아침 10시 출발.
1시간 만인 11시에 강릉 도착.
울릉도를 가기 위한 급유.
헬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명조끼와 비상구명보트 사용법 교육.
11시 30분 강릉 출발!
12시 30분 울릉도 도착!
차를 타고 배를 타고 가면 서울에서 포항을 거처 울릉도까지 무려 10시간이 걸리는 독도를 헬기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도착!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문제는 독도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도저히 입도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초속 20m의 강풍이 독도에 불고 있었습니다. 초속 20m는 쉽게 태풍의 바람 세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좀처럼 바람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다음날을 기약하려는 순간,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경쟁사인 M본부 헬기가 독도에 입도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실 M본부 헬기는 저희 S본부나 K본부의 헬기보다 2배 이상 큰 대형 헬기라 바람에 강점이 있는 헬기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M본부는 갔는데 저희는 못 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지요.
오후 4시 20분, 일단 독도로 출발해서 상황을 살피기로 했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매서웠습니다. 오후 5시, 독도 인근 도착!
저 멀리 독도를 보자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생애 처음 독도를 보고 있다는 뭉클함과 저곳에 강풍을 무릅쓰고 입도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혼재했습니다. 휘이청~ 강한 바람에 헬기가 요동칩니다. 무섭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기장님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헤드폰너머 기장님들의 대화가 들립니다.
"바람이 그대로 좀 잦아들었어. 할 만 하겠어…" 천천히 독도에 접근했습니다.
기장님들은 다행이 바람이 유리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며 저희를 안심시켰습니다.
사… 삼… 이… 일….착륙! 성공!
입도에 성공했습니다!
헬기는 시동도 끄지 않고 프로펠러를 계속 돌리고 있었습니다. 신속하게 짐을 내리고 다시 헬기에 올라탔습니다. 바로 다시 이륙!
아.름.답.습.니.다.
헬기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독도와 독도의 일몰을 영상에 담기 시작합니다.
강풍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이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바다에 비친 늦은 태양은 곧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강렬하고 뜨거웠습니다.
다음 날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독도를 향해 다시 헬기를 타고 나갑니다. 한참이 지나,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의 푸르스름한 2개의 섬이 보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독도의 아침 해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밉니다.
빛…
'사진 찍는 놈들은 다 사기꾼들이야! 정말 좋은 포인트에서 자연이 허락하는 좋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누가 찍어도 아름다울 수 밖에 없거든… 근데 그 놈들이 마치 자기네가 좋은 카메라로 멋지게 찍는다고 뻥이나 치고 다니거든…'
지금 이 순간…. 저는 그냥 카메라를 켜고만 있습니다. 나머지는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찍히는 것이고요….
지난 연말 연시 제가 헬기에서 취재한 일출 일몰 영상을 한 번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