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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욱, '연기내공 15년'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왔다

[인터뷰] 이현욱, '연기내공 15년'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왔다
내공이 강한 사람은 굳이 전부를 드러내지 않아도 티가 난다. 요리사의 실력은 칼 쓰는 법만 봐도 알 수 있고, 무술 고수는 숨 쉬는 방식부터 다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내공 있는 연기자는 발성, 호흡, 발음 등 기본에서 단단함이 느껴진다.

배우 이현욱(29)이 그렇다. 그는 이제 막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신인이다. 그래서 아직 대중에게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연기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그가 얼마나 기본을 탄탄히 다져놨는지, 그의 연기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이현욱은 최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사랑만할래’에 최유빈 역으로 출연했다. 서하준, 임세미, 이규한, 남보라 등의 주인공들보다 비중은 적었지만, 이현욱은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며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극이 전개될수록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해 소화하기 힘들었을 최유빈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표현해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최유빈이 ‘사랑만할래’에 나온 캐릭터들 중 가장 혼란스럽지 않았나 해요. 초반엔 밝고 유쾌했는데 어머니의 비밀을 알고 악역으로 변했다가, 후에는 아버지의 정체에 충격을 받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죠. 한 인물의 감정이 그렇게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연기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이전의 감정선을 잘 마무리짓고 다시 새로운 감정선을 잡는데 노력했죠. 1인 3역을 한 기분이에요.”

이현욱에게 ‘사랑만할래’는 특별했다. 연기를 배우기에 연속극만큼 좋은 장(場)이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뻘 연기자들이 즐비한 곳에서 6개월 넘게 훈련받을 수 있는 행운은, 신인에게 쉽게 오지 않는다. 이현욱은 그 기회를 운 좋게 잡았고, 지난 6개월간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신인 배우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게 카메라 원투쓰리(카메라 3대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찍는 것)를 알고 연기하는 거예요. 연기하기도 바쁜데, 카메라 각도에 따라 리액션도 해야하고 감정도 분절해서 연기해야 하죠. 경험이 없는 신인에겐 처음부터 다 가르쳐야하니, 신인을 쓰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기존에 드라마 했던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이 가요. 전 운이 좋았죠. 올해 영화, 미니시리즈 촬영에 이어 연속극까지 경험했어요. 흔히 올 수 없는, 럭키했던 2014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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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현욱은 배우로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왔다. 영화 ‘표적’,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사랑만할래’까지, 색깔이 다른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씩 부각시켰다. 출연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사실 배우 이현욱의 필모그래피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현욱은 ‘연기계의 서울대’라 불리며 명문으로 손꼽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기과 출신이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 연기는 예술고등학교, 한예종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따지고 보면 연기경력이 15년 정도 된다. 그에게서 연기내공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학교 때 호기심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부모님은 엄청 반대하셨죠. 그 때 할머니께서 연기학원에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할머니한테 ‘예고에 꼭 붙겠다’고 약속했고, 열심히 노력해 결국 예고에 진학했어요. 할머니가 ‘나 죽기 전에 너 TV에 나오는 거 볼 수 있냐’고 하셨는데, 그 약속도 올 해 지켰어요. 부모님도 지금은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런 면에선 효도한 것 같아 뿌듯해요.”

어릴 적부터 차근차근 닦아온 연기공부는 한예종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한 학년에 30명 정도밖에 없는 소수정예이고, 24시간 학교에 매달려야만 소화할 수 있는 혹독한(?) 커리큘럼 때문에 동문들과는 피를 나눈 형제처럼 가까워졌다. 이현욱이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배우 변요한, 그룹 엑소 수호랑 같이 찍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계속 화제가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요한이나 수호나, 다 한예종 동문들이에요. 워낙 소수라 다 알고 친할 수 밖에 없어요. 제 컴퓨터나 휴대폰이 공개되면 큰일 나요. 그들의 과거가 다 나오거든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한예종에서의 시간들이 제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따라가기 힘든 커리큘럼이었던 대신에, 연기만 생각하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거든요. 지금 잘 된 사람들은, 다 그걸 힘들게 버티고 노력했기에 얻은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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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의 나이는 올 해 서른이다. 신인치고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연기를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는데, 이제야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충분히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현욱의 생각은 달랐다.

“저보다 더 나이 많은 분들, 다른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연기하겠다고 온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제가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했던 적은 있어요. 현실에 부딪칠 때마다 회의감이 들고, 부모님께 죄송하고 그랬죠. ‘연기가 내 길이 아닌가, 내가 착각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에 괴로웠던 적도 있고요. 그래서 중간에 다른 일을 하려 유학길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시 연기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이현욱은 이제 막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신인이다. 하지만 그의 한 걸음은 보통 배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남들 한 걸음 갈 때 두 세 걸음을 옮길 수 있는 내공이 그에게 있다. 이는 착실히 밟아온 그의 지난 15년이 말해준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준비된 배우 이현욱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제 그는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인생에 기회가 많이 안 찾아온다는데, 제게 드디어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시청자에게 제 연기를 보여드린 적이 아직 두 번밖에 안 되지만, 계속해서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드리는 게 제 의무니까요. 2015년도, 계속 바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사진제공=열음엔터테인먼트]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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