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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우리는 왜 기부하는가

[눈사람] 우리는 왜 기부하는가
<SBS 뉴스는 여러분의 조그만 정성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전하는 ‘눈사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시고 기부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정성껏 전하겠습니다.>


● “대부분의 기부 행위에는 순수한 의도와 조금 덜 순수한 이유들이 혼재돼있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이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라는 책의 서문에 적은 문장입니다. 맞는 말이죠.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100% 순수한 기부를 꿈꾸고 예찬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기부를 바라보고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입니다. 기부금액에서부터 기부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주시하죠. 또 한편에서는 기부를 장려하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야단입니다. 순수한 기부 행위를 높게 평가하고 나눔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면, 세제 혜택 같은 건 사실 고려하지 말아야죠. 기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이처럼 여러 관점이 혼재돼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 왜 기부를 할까요. 다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기부를 할까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기부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기부에 정답이란 건 없지만 말입니다.
 
# 1

인천 계양구의 한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77살 김순남 할머니.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번다는 할머니는 형편이 좋지 않은데도 급식소에서 7년째 계속해온 연말 모금행사에 10,000원을 냈습니다. 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치신 할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폐지를 주우러 가는 길에 동행했습니다.

“약값도 많이 든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이 기부하셨어요?”
“가기만 하면 급식소에서 점심 주고, 음식도 줘서 가져다 먹고 그러니까.
나는 배불리 먹고 옛날 생각하면 천석꾼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해서 감사해서 조금 내는 거지.”

천석꾼?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 잘못 들은 건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천석꾼이요?”
“옛날에 나는 7살 때부터 일했어. 13살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무 배를 곯아서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살았어. 지금은 천석꾼, 만석꾼이지. 급식소 가면 배불리 실컷 먹잖아.
나는 밥 한 숟갈 못 버려. 아까워서 못 버려.”
 
# 2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천주교 NGO죠.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는 요즘 주말이면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자녀의 돌잔치를 치를 비용을 기부하거나, 돌 때 받은 축의금을 기부하려는 부모님들이죠. 단체에서는 ‘생애 첫 기부’라고 부르는 이런 식의 기부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이었습니다. 자녀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를 모두 들고 와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하신 분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생애 첫 기부’의 싹이 움텄고, 6년이 지난 올해는 534건의 ‘생애 첫 기부’가 이뤄졌습니다. 돌이 아니더라고 기념일을 맞아 기부하시는 분들까지 포함하면 828건이나 됩니다.
 
첫 아이에 이어 둘째 아이의 돌에 맞춰 단체를 방문한 홍은정씨는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눈에 보이더라. 내 아이가 감기에만 걸려도 속상하고 마음이 쓰이는데, 아이가 진짜 아프면 그 엄마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과 함께, 백혈병-난치병 아동들을 위해 5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 3
 
경기도 안성의 가온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2일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 360만 원을 기부해, 아프리카 어린이 10명을 후원하게 됐습니다. 이 학생들이 특히 대견한 것은 급식 시간에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여 기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먹을 만큼만 푸고, 그러다 보니 실제로 장만해야 할 음식의 양도 줄어서 올해 거의 1,000만 원 가량의 예산을 아끼게 된 겁니다. 전체 학생들의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간식, 과일을 제공하는 데 상당한 예산을 썼지만, 값진 360만 원이 구호단체에 전달됐습니다.
 
이 캠페인은 사회참여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풍요롭게 살면서 음식을 버리는데 아프리카 아이들은 없어서 먹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한 걸음씩 나간 겁니다. ‘잔반 줄이기 프로젝트’는 1년 내내 꾸준히 할 수 있고, 밥 먹을 때마다 한 번쯤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음식물 남기던 걸 줄여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을 두루 갖춘,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학생다운 좋은 캠페인이죠.
기부 캡쳐_640
 

● 기부자를 행복하게 하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는 요즘 공사가 한창입니다. 중앙도서관 뒤에 거대한 도서관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2월 개관 예정인 이 도서관에는 ‘관정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관정’은 도서관 건립을 위해 사재 600억 원을 기부한 관정 이종환 선생의 호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단일 건으로 이렇게 거액을 기부한 것은 서울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죠. 도서관 안에 들어갈 의자와 테이블, 서가 등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는 ‘네이밍 모금 캠페인’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100만 원 이상 기부한 사람이 700명을 넘어섰습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스터디룸도 도서관 안에 자리잡을 예정입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후원자들을 위한 감사 카드와 후원자임을 알리는 작은 소품들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낸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기 소식지는 물론이고, 차량에 붙일 수 있는 유니세프 후원자 스티커는 가장 인기 많은 품목이라고 합니다.
 
앞서 살펴봤던 ‘생애 첫 기부’에 참여한 홍은정 씨는 기부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고마움을 표한 바 있습니다. 기부하는 가족들을 위해 사진을 촬영해주고 액자까지 제작해주는 것이 기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사진을 보며 의미를 알고 직접 기부에 동참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인천 한 쪽방촌 어르신들도 매년 연말마다 모금을 해서 그 돈을 역으로 모금회에 기부하시는데, 늘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취재에 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이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해 관심을 받는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흔히 기부 교육이 부족해서 커서도 기부를 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사람들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기부한 사실을 말하고 그걸 또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기념품이나 명패를 제작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리고 기부에 대가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 이름 석자를 박은 기념품 하나가 기부한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기부하고 싶게 만든다면, 그런 대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던 기 소르망의 책에서 두 단락을 옮깁니다.

“메릴랜드 주 베세스다 대학교가 진행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기부한다. 기부 행위가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쾌락을 가져온다는 지론이다. 자연의 법칙에서 기부 원인을 찾기보다는 다시 문명의 법칙으로 돌아와보자.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기부 문화는 어느 문명에나 존재하며 모든 기부에는 상징적인 대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부하는 이타주의자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함과 동시에 사회가 인정해 주기를 원한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기 소르망 저, 문학세계사)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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