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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녀만 혼자 사는 차이나타운…그 비밀은?

[월드리포트] 미녀만 혼자 사는 차이나타운…그 비밀은?
쪽빛 푸른 하늘에 솜처럼 하얀 구름이 일품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Rowland Heights(중국 말로는 뤄란깡, 羅蘭崗)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의 면적은 약 30제곱 킬로미터 정도이고 인구는 6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유명 스타들과 부호들의 별장이 몰려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외곽에 자리 잡은 이 지역에는 2백만 달러를 넘는 호화 주택들이 즐비합니다. 평균 침실 4개에 화장실 3칸, 야외 수영장과 실내 영화관을 갖춘 저택들입니다. 이 마을 주민의 55%는 아시아계인데 대부분은 중국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30대 미모의 중국인 여성들입니다.

미국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차이나타운인데, 뭔가 좀 색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이 마을의 중국 미녀들은 대낮엔 쥐 죽은 듯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다가 해가 지면 은밀히 활동을 시작합니다. 하나같이 포스쉐, 람보르기니 등 수십만 달러짜리 고급차를 몰고 나와 밤새도록 프라이빗 바나 나이트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다 새벽이 되면 귀가하곤 합니다. 그녀들의 씀씀이는 웬만한 헐리우드 스타들 못지않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뤄관
이 마을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Ernai Village',즉 '얼나이 마을'로 불립니다. 중국어로 첩을 뜻하는 얼나이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중국 대륙의 수많은 '뤄관(裸官, 해외로 재산이나 가족을 빼돌려 놓고 언제고 한탕해서 해외 로 튈 준비가 된 중국의 탐관오리들)'들이 부정부패로 끌어 모은 검은 돈으로 구입한 별장에 자신의 애첩들을 숨겨둔 이른바 정부촌(情婦村)입니다.
뤄관
이 마을의 특징이 또 하나 있습니다. 미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철통 보안입니다. 베테랑 보디가드는 물론 시큐리티 가드가 24시간 집 안과 의뢰인의 동선을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동의가 없으면 어느 누구도 집 안에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왜 일까요? 이 마을에서는 분노의 독기를 뿜어내는 '따나이' 즉, 본처들의 첩실에 대한 기습 공격이 수시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납기로 소문난 중국 마나님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목숨을 부지하려면 철통같은 보안은 첩실들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인 셈입니다. 얼마 전에는 이 마을 초입에 경비 초소까지 생겼습니다. 마을 진입 도로도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입주민 전용도로이고 하나는 입주민의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방문객 전용 도로입니다.

최근에는 이 마을에 또 하나의 트렌드가 생겨났습니다. 조각같은 외모에 초코릿 복근으로 무장한 백인, 흑인, 히스페닉 등 꽃미남 백수들이 몇몇이 함께 모여 사는 자취형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타향 도피 생활에 지친 얼나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기쁨조이자 제비들입니다. 기나긴 밤 시간 얼나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게 바로 이들입니다. 큰 돈 들여 멀리 미국까지 모셔다 놓은 젊은 첩실들이 이런 식으로 제 살 길을 찾는 걸 눈치 챈 중국의 뤄관들은 시도때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의처증에 이끌려 사설 탐정들을 고용해 첩실의 뒷조사를 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정부촌'은 남캘리포니아의 아카디아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뤄관들이 멀리 미국 대신 가까운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정부촌을 만들고 있다는 민망한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뤄관
지난해 중국인들이 미국의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은 2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3조원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캘리포니아 남부에 집중돼 있습니다. 뤄관들의 소행입니다. 올 한해 중국 중앙기율검사위나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적발한 뤄관들은 1만 명이 넘었습니다. 중앙당교의 한 학자가 2012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 뤄관이 118만 명에 달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뤄관들에 대해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고 승진을 누락시키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고위직, 하위직을 가리지 않고 많은 공무원들이 은밀히 뤄관 행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사정당국으로부터 부패 혐의로 적발된 철도부 운송국장인 장슈광 역시 이곳에 3천 제곱미터짜리 호화주택을 사놓고 얼나이를 살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년에는 중국 정부의 뤄관 사냥이 한층 더 기세를 올릴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은밀한 차이나타운들의 호시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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