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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트 서커스, 왜 '말'이어야 했을까?

[취재파일] 아트 서커스, 왜 '말'이어야 했을까?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설립자 중 한 명인 로만 라투렐이 제작한 새로운 아트 서커스로 관심을 모았던 ‘카발리아’가 이번 주말  국내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50마리의 말과 4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답게 제작진은 이 작품을 ‘지상 최대의 아트 서커스’라 부릅니다.

기존의 서커스 공연이 더 어렵고 더 위험한 기술을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면 ‘태양의 서커스’는 여기에 ‘예술’의 옷을 한 겹 더 입힘으로써 서커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카발리아’의 제작진은 여기에 ‘말’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더했습니다.

‘카발리아(Cavalia)’라는 공연 제목은 말을 타고 싸우는 기병, 즉 기사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cavalry’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제목에 걸맞게 아티스트들은 공중곡예, 텀블링 등 전통적인 서커스 동작 외에도 로만라이드(roman ride, 말 등 위에 두 발로 서서 타는 기술), 베어백라이딩(bareback riding, 안장 없이 타는 기술) 등 말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곡예를 선보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말들의 움직임은 더없이 우아합니다. 그 타고난 우아한 움직임 때문에 ‘말’이 아닌 다른 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아트 서커스는 쉽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떠오르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동화로 많이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는 사실 정치·사회에 대한 조롱, 신랄한 풍자, 거친 표현이 가득한 영국 소설입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라고 평가 받는 부분은 4부 ‘휴이넘의 나라’ 이야기인데, 여기엔 짐승의 수준으로 추락한 인간인 ‘야후(Yahoo)’와 이에 상반되는 존경할 만한 존재인 ‘휴이넘(Houyhnhnm)’이 등장합니다. 이 휴이넘이 사실은 이성을 갖춘 ‘말’입니다.

스위프트가 인간을 추악한 ‘야후’로 묘사한 이유는 그가 인간에 대한 혐오를 주변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그가 이상적인 존재로 ‘말’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학자들 가운데 혹자는 말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말의 부지런한 습성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좀 우습게 들릴지는 몰라도) 말의 배설물 냄새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공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카발리아'는 관객에게 말의 생활 습성이나 냄새까지 확인시켜 주지는 못하지만, 말들의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만큼은 그 어느 공연보다도 선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두 마리의 백마가 무심한 듯 무대로 나와 배회하는 공연의 첫 장면에서부터 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때문에 예상을 뛰어넘는 말들의 고난도 곡예도 없었고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빈 틈이 너무 쉽게 발견되기도 했지만   공연내내 '아름답다'는 감탄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 말 50마리가 주인공…'교감'으로 만드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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