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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칙칙폭폭 타고 또봇 타고 빨리 갈 수 있어"

[눈사람] "칙칙폭폭 타고 또봇 타고 빨리 갈 수 있어"
<SBS 뉴스는 여러분의 조그만 정성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전하는 '눈사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시고 기부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정성껏 전하겠습니다.>

모두 5명의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3~4살짜리 아이들이 조그만 손으로 숟가락을 쥐고 어설프지만 음식을 떠서 입으로 넣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그런데 두 남자 아이가 힘이 없습니다. 밥도 잘 먹지 않습니다. 옆에서 식사를 챙겨주던 선생님들도 계속 품에 안고 달랩니다. 그래도 다른 아이처럼 밥을 잘 뜨지 않습니다. 투정만 부립니다. 투정만 부리는 남자아이. 그 아이가 가슴에 맺힙니다.

이 아이들은 생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유도 다양합니다. 장애가 있었던 어머니에서 태어난 아이를 가족들이 품지 않았습니다. 생모에게는 미혼모라는 꼬리표가 달린 아이도 있습니다. 너무나 가난한 부모는 결국 아이와 함께 하는 인생을 포기했습니다. 이혼하면서 아이는 한순간에 애물단지가 돼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취파

투정 부리던 남자아이는 점심식사가 끝나 수녀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수녀님은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수녀님 : 왜 그렇게 투정부리고 힘이 없어?
아이 1 : 밖에 나가고 싶어서. 엄마 아빠랑 피자도 먹고,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고...
수녀님 : 엄마 아빠랑 있어서 좋았어?
아이 1 : 네.
수녀님 : 그런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몸이 아파서 치료해야 하네.
아이 1 : 왜? 몸이 왜 아파? 아프시겠다... (침묵)
수녀님 : ㅇㅇ야, 엄마 아빠가 집에 일이 있어서 집에 갈 수 없다고 하네. 조금 더 기다려야 겠다.
아이 2 : (침묵) 빠방(자동차) 타고 지하철 타면... 지하철 타면 집에 갈 수 있어.
수녀님 : 지하철 타고 빠방 타고 오라고 할까?
아이 2 : 이번에는 못 갔는데... 칙칙폭폭 타고 또봇(만화 캐릭터)타고 빨리 갈 수 있어.


수녀님과 두 아이의 대화입니다. 이 두 아이는 또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입양을 희망하던 부부를 만났습니다. 꽃단장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설이 아닌 세상에서 부모님과 같은 분들과 따듯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만나본 부부들은 입양을 포기했습니다. 한창 자기주장이 강해질 나이, 낯선 환경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이들을 위축하게 했습니다. 1년 넘게 준비한 예비 입양 부부도 현실에서는 충분히 주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수녀님은 이 상황을 담담하게 아이들에게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사실을 알까요? 그 아이들에게는 단 한번 만난 두 남녀가 아빠와 엄마가 됐습니다. 한 아이는 엄마가 아프다는 수녀님의 거짓말에 걱정을 하며 입을 닫았습니다. 나머지 한 아이는 자신이 아는 교통수단을 다 동원해 가며 그들을 찾았습니다. 빨리 오라고 담담히 이야기했습니다. 아이의 세상에서 지하철은, 칙칙폭폭 기차는, ‘또봇’이라는 만화 캐릭터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단 한번 만난 낯선 남자와 여자에게 가고 싶어 했습니다. 아니 그들이 자신을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두 아이 모두 남자아입니다. 그리고 신생아도 아니고 한창 말썽부리고 자기주장도 강할 3~4살입니다. 이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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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가 여아 신생아만 원합니다.”

국내 입양기관인 성가정에서 약 20년 간 아이들을 돌보고 계신 수녀님의 이야기입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부부들의 100명 중 99명은 여자 신생아만 찾는다고 합니다. 신생아라 하더라도 남자아이는 선호대상이 아닌데, 3~4살 된 남자아이는 더 힘들다고 수녀님은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럼 결국 이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품 대신 보육이라는 현실에 머물러야 합니다.

취재팀이 성가정에 취재를 간 날, 한 부부가 입양할 아이와 처음 만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4살 된 딸과 함께 온 부부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수녀님이 한 조그만 신생아를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수녀님에게서 아이를 받았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이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품속에서 곤히 잤습니다. 언니가 아이의 조그만 손을 잡아봅니다. 그리고 엄마의 가슴에 아이의 손을 가져다 댑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며 함께 웃습니다. 문밖에서 그들을 지켜봤습니다. 그들은 가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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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 남자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를 동정조차 할 수도 없었습니다.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해 동정한다면 그 아이들이 정말 너무 안쓰러워 차마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상 제게 그 아이를 제 자식처럼 키우라고 하면 그럴 용기도 없습니다. 스스로가 참 부끄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지난해에만 6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가족들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912명의 아이들만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지난 2006년 3,231명에 비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2012년 8월 입양법이 개정되면서 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으로 보건복지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입양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00~1,3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해외 입양이 1,899명에서 755명으로 절반정도 줄었습니다. 양부모의 요건이 강화되고, 가정법원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양부모가 법원에서 직접 조사를 받게 되면서 특히 해외입양에 대한 수요가 많이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때 해외 입양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너무나 다른 문화와 다른 피부색, 다름이 그들에게 틀림으로 다가왔고,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빗나가버리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입양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우리가 품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수주의가 아닙니다. 미혼모, 극빈, 아이들이 생부모와 함께 할 수 없는 모든 이유는 개인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몫인 겁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사회문제에서 그들은 피해자일 뿐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장 입양하세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입양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입양된 아이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갖지 않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국내 입양시설은 매우 열악합니다. 정부에서도 입양시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한 명이 입양되면 270만 원의 지원금을 보조해 줄 뿐입니다. 취재팀이 만나고 온 성가정도 국내에서 가장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재정의 95%를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나눔의 근본은 책임입니다. 나눔의 바탕에 동정만 자리 잡고 있다면, 이는 스스로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 도 있습니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세상에 나올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부모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최소한 버림받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최소한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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