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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브리핑] "한수원 자료 10만 장 더 있다"…범인은 누구?

트위터 통해 한수원 내부 자료 잇달아 유출

<앵커>

현장 브리핑 오늘(22일)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서도면 유출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범인은 해커집단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또 왜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 된 바가 없습니다. 이호건 기자에게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이게 일단 한두 번이 아니고 벌써 여러 차례 계속 내부 문서를 유출시키면서 또 추가 공개도 하겠다. 이렇게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죠?

<기자>

네, 벌써 4번째 자료가 유출됐는데요, 하루가 멀다 하고 자료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어제 범인의 트위터에 추가로 공개한 한수원 내부 자료입니다.

고리 원전의 도면 일부와 원전 운전 관련 메뉴얼 프로그램 같은 자료가 들어 있는데요, 범인은 자료 유출과 함께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 10여 만 장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면서 한수원을 위협했습니다.

또 전날에 이어서 "크리스마스부터 고리 1, 3호기와 월성 2호기 가동을 중단하라"고 재차 요구했고요, 또 그렇지 않을 경우엔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한수원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추가 유출된 자료가 기밀문서는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한수원은 원자로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로 제어 시스템은 폐쇄 망에서 국가기밀로 관리되기 때문에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범인들이 일단 10만 장 이상의 중요한 자료를 더 가지고 있다. 이렇게 협박을 하고 있는 모양이죠. 그렇다면 한꺼번에 그걸 가져갔을 가능성, 이것도 배제할 수가 없는데, 그러나 한수원은 이게 원전 안전의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는 아니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게 정말 그 말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기자>

네, 워낙 원전 자료들이 전문적 이어서 일반인들이 중요도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일단 유출된 자료를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어제 유출된 자료에는 고리 1, 2호기의 환기 시설 도면과 원전 가동 전 정부에 제출하는 운영허가 서류 목차가 들어있고요, 핵연료 연소한 다음에 남는 물질량을 계산하거나, 또 원자로 노심을 배치하는 데 쓰이는 일부 프로그램도 담겨 있습니다.

일단 환기 시설 도면은 원전 제어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게 맞고요, 운영허가 서류도 주로 목차뿐이기 때문에 역시 별 의미가 없는 게 맞습니다.

핵연료 연소 뒤에 잔류량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은 일본 원전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우리 원전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고, 또 원자로 노심 설계 프로그램은 미국이 개발한 건데 인터넷상에 이미 공개된 자료라고 한수원은 해명했는데요, 여러 원자력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결과 현재로선 한수원 해명대로 지금까지 유출된 자료만으로는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준이 아닌 건 맞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추가 자료 10만여 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고, 아직까지도 정확한 유출 범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앵커>

그런데 한수원에서도 이게 어떤 공간에 저장돼 있던 자료, 이것도 지금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있는 거죠? 그 유출된 자료들이. 그렇다면 이 범인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이게 제일 큰 의문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경찰도 계속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단서가 좀 잡혔습니까?

<기자>

아직까지는 오리무중인데요, 범인은 가장 최근에 올린 트위터 글에서 자신의 신상과 의도를 일부 드러냈습니다.

다시 한 번 범인이 남긴 글을 보시겠습니다.

범인은 자신을 '하와이에 있는 원전 반대그룹 회장, 미 핵' 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에도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긴 했는데, 이번엔 뒷부분에 대담하게도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범인의 목적이 순수한 원전 반대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데요, 일각에서는 이번 유출 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수법이 지난해 신한은행과 KBS를 공격했던 북한의 해킹 수법하고 비슷하다고 하고요, 또 최근 미국의 수사당국이 밝힌 북한의 소니픽처스 공격 수법과도 유사하다는 건데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임종인/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 소니에 들어간 악성 코드와 이번 한수원을 공격한 악성 코드가 기술적, 기능성 관점에서 볼 때 유사성이 높습니다.]

또 해커가 트위터 글 제목을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이라고 달았는데, '아닌 보살'이라는 이 표현이 '시치미 떼고 모른 척한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어서 의심을 더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공격을 가장해서 이런 표현을 썼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는 아직 북한의 소행이다. 이렇게 단정 짓기는 조금 이르다. 이렇게 봐야 되는 것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부러 혼란을 유도하려는 범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닌 보살'이라는 표현이 북한에서 주로 쓰이긴 하지만, 남한에서도 가끔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범인이 해킹 수법이나 말투에서 일부러 북한과의 연관성을 흘렸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정보 보호 전문가인 이른바 화이트 해커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화이트 해커는 전문적인 조직이나 실력 있는 집단들은 범인처럼 문서 같은 증거를 보여주면서 협박식으로 안 하고요, 바로 액션을 취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는데요, 이 화이트 해커는 이번엔 전문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정부도 북한의 소행보다는 다른 가능성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요, 해커가 국민 불안을 자극해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고 심리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보고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정부 합동수사단도 자료가 인터넷에 공개될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IP 위치가 지방 모처로 파악돼서 현장에 수사관을 급파했고요, 또 고리와 월성원전에도 수사관을 보내서 유출 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경위를 보면 그야말로 원전에 반대하는 전문적인, 그리고 공식적인 반전 단체들의 활동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보는 것이 맞는 것 같고요, 돈을 요구하는 것 보면 좀 특이하기는 한데, 수준은 또 그렇게 높은 것 같지도 않고 여러 가지 복잡한 국면들이 좀 섞여 있는 것 같군요. 어쨌든 국민들 많이 불안해하니까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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