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돌풍 일으킨 '님아…' 감독, "살얼음판 같은 기쁨"

이주형 기자 joolee@sbs.co.kr

작성 2014.12.20 20:31 수정 2014.12.29 14: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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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보다 훨씬 빠른 기세로 오늘(20일) 관객 2백만 명을 돌파하며 연말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 할머니와 인터뷰를 추진했다가 물러섰는데, 제작진을 만나 그 속사정과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주형 기자의 人터뷰입니다.

<기자>

제발 주인공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지 말아 달라.

영화 제작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화제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맞닥뜨린 현실이 그렇습니다.

[진모영/'님아...' 감독 : 살얼음판 같아요. 느낌은. 별로 안 오실 거다. 기존에 다큐멘터리 안 보시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이 와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기뻐요. 그런데, 실제 살아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라서 이분에게 어떤 과도한 관심 같은 거 때문에 이분의 인생이 잘못되거나 그럴 수도 있다 라는 그런 공포들도 있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장장 76년을 함께 살아온 한 노부부 이야기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과 사별의 과정이 객석 여기저기를 훌쩍이게 만들고 그 풍경 자체가 가위 영화라고 할 만합니다.

[이주형 기자 : 영화 개봉 직후에 가족들이 민감하게 된 사건도 하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한경수/'님아...' 프로듀서 :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대요. "누구누구인데요. 할머님 지금 댁에 계세요?" "네" 그러니까, "지금 찾아 뵈어도 될까요?" 아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 홀로 계신 상황인데 그런 전화를 받으시니까 덜컥 겁이 나서 따님께 울먹이면서 전화를 하셔서….]

영화의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는 그 직후 서울에 있는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할머니는 90 평생 영화를 딱 4번 봤는데 모두 같은 영화입니다.

[진모영/'님아...' 감독 : 첫 번째 볼 때는 굉장히 긴장하셨고 두 번째는 자녀들도 같이 안 보고 그래서 온통 그 영상을 보고는 집에 돌아가실 때까지 우셨어요. 그 후에도 두 번이나 보셨어요. '아니, 왜 저렇게 극장에 자주 가실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추측컨대 극장에 가면 살아계실 때 할아버지 모습이 나오니까 그게 좋으셨던 것 같아요.]

감독은 어쩌면 닭살 돋는 듯한 노부부의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진모영/'님아...' 감독 : 이 부부의 사랑을 표현을 할 때 가장 많이 생각났던 글귀는 그거였어요. 박노해 시인이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저희는 처음에는 이 위대한 사랑에 대해 할머니나 가족을 인터뷰해 들으려 했지만 TV에 나와 유명해지는 것보다 할머니의 여생이 훨씬 중요하다는 가족들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섭외가 무산된 뒤, 기자로서 고민을 담은 취재파일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주형 기자 : 댓글 하나를 진심으로 써주신 분이 있어서 읽어 드릴게요. "'인간극장'에서 두 분을 뵙고 늘 마음속에 롤모델로 새겨 놓은 사람이에요. 할아버지 돌아가신 얘기도 들었지만,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알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 분의 심정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거 같으세요?]

[진모영/'님아...' 감독 : 네. 그러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당신이 느꼈던 그 감동, 그리고 인생의 롤모델로 생각하고 계신 분. 그걸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한경수/'님아...' 프로듀서 : 딱 저희 마음같죠. 저희 영화를 보신 분들이 영화 안에서 이분들의 삶을 느끼고 이분들이 주신 선물을 그대로 받아서 그 안에서 감동하고 앞으로 사시는데 도움이 되고… 딱 거기까지였으면 좋은 거죠.]

미디어 과잉, 소통인 듯 소통 아닌 불통 같은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영화를 피상적 호기심이나 SNS로 과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곱씹어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배문산,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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