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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사기꾼으로 전락한 전직 농협 지소장

9년 전 '청와대 비자금 세탁 사건'의 주범 박모(50)씨가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20대 여성들을 비서로 채용한 뒤 투자명목으로 거액을 뜯어내다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박 씨는 2005년 당시 경북 안동농협에서 근무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농협에서 일해온 그는 성격이 내성적이었지만 성실한 근무태도를 인정받아 지소장까지 올랐습니다.

시골마을의 금융기관 간부로 소박하게 살던 박 씨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주식투자가 잇달아 실패해 거액을 날리면서부터였습니다.

박 씨는 서울에서 사채를 끌어들여 더 큰 빚을 지자 대담한 사기행각에 가담하게 됐습니다.

박 씨는 2005년 2월 거래전표를 조작해 66조 원을 미리 공모한 지인의 농협계좌로 허위 이체해놓고, 이를 다른 은행 계좌로 옮기려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박 씨는 또 '청와대 비자금 세탁팀'을 사칭해 은행원들을 포섭, 전산조작으로 약 7조 원을 입금시킨 뒤 빼돌리려 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농협 간부가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빼내려다 들통 난 사건에 동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 씨는 5∼6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내림 증상이 있어 정신이 혼미하다'는 동료들의 수군거림도 있었습니다.

사기죄로 1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에도 주식투자 사기 등 그의 범죄행각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잃은 박 씨는 수차례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 '전과 15범'이 됐습니다.

박 씨는 최근 유령회사를 만들고 구직 사이트를 통해 20대 여성들을 비서로 채용했습니다.

그런 뒤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대출받아 투자하면 이익금도 주고 대출도 대신 갚아 주겠다'고 속여 이들에게서 모두 8억7천만 원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범 백모(32)씨와는 2010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만나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금융권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악용해 자신을 '금융자문 투자설계 분야 재무이사'라고 소개하며 순진한 여대생들을 꼬셨습니다.

경찰조사에서 박 씨는 "(백 씨가) 부추겨 범행에 가담한 것"이라고 발뺌하며 "(스스로) 정신적으로 이상해 신경계통의 약을 먹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박 씨 등 2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배모(27)씨 등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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