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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봉 제집 드나들듯…구멍뚫린 출입국관리 시스템

박춘봉 제집 드나들듯…구멍뚫린 출입국관리 시스템
출입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결코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던 범법자 출신 중국동포가 타인의 여권으로 쉽사리 재입국해 불법 체류하면서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시민의 결정적 제보와 과학수사 덕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지만 가짜 여권에 여러 가명을 사용해 '인생 자체가 가짜'나 다름없던 그가 중국으로 도피하기라도 했다면 사건은 영영 미궁에 빠질 뻔했습니다.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박춘봉(56·중국 국적)이 20여년 동안 위조여권 등을 이용해 '제집 드나들 듯'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출입국관리 시스템 탓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은 1992년 9월 자신의 여권으로 입국해 4년 뒤 출국한 이후 1998년 12월 이모(70·중국 국적)씨의 여권을 이용해 인천공항을 무사 통과했습니다.

타인의 여권을 들고 공항검색대를 지났지만, 우리 출입국 관리 시스템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시스템은 담당 직원이 여권에 기재된 정보를 확인한 뒤 사진과 당사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게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허술했습니다.

지금처럼 지문이나 얼굴인식 시스템은 아예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박은 처음으로 불법 입국에 성공합니다.

박은 국내 체류한 지 5년쯤 된 2003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같은해 7월 강제추방됐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간 박은 또다시 한국행을 꿈꿨습니다.

3년 뒤인 2006년 자신의 여권에 적힌 출생연도를 '58년'에서 '59년'으로 고쳐 재입국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인천공항 출입국 시스템은 여권 내 기재된 정보가 상이하다는 것을 걸러내, 박은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재차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박은 다시 한국 땅에 발을 디디기 위해 타인의 여권을 구했습니다.

'박철(56·중국 국적)'이라는 사람의 여권으로, 단기방문(C-3) 비자를 받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온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박은 국내에서 박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과 6년 전이지만, 우리 출입국 관리 시스템은 실제 입국한 사람이 박철이 아닌 박춘봉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엉망진창이던 출입국 관리시스템은 살인마 박의 한국행을 막지 못했고, 이로 인해 선량한 중국 동포 여성 김모(48)씨는 처참한 주검이 됐습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2012년 1월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의 정확한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얼굴·지문인식시스템을 시행했다"며 "지금은 해당 시스템이 위조 여권 등을 판별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2012년 이전에는 지문이나 얼굴인식 등 생체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서 위조 여권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외국인 형사범 등을 상대로 열 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채취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여서, 박의 지문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며 "국내 출입국 관련 법망을 교묘히 피해온 박의 수법에 혀를 내두를 지경"라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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