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브레이크 없는 유가 추락, 세계 금융시장 '휘청'

국제 유가가 연일 추락을 거듭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다.

현기증 나는 유가 추락 속도에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증폭하면서 주식과 외환 등 주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유가는 15일(현지시간)에도 거침없이 하락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3%, 1.90달러 떨어진 배럴당 55.91달러에 마감해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는 6월 중순 106달러대에서 48%가량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특히 11월 마지막 주부터 약 3주 동안 26% 이상 폭락해 추락 속도가 빨라졌다.

이날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59.56달러로 1.57%, 0.95달러 떨어져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처럼 유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국가들이 현재의 '치킨게임'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장관은 지난 14일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혹은 40달러가 돼도 우리(OPEC)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그간 논외였던 '유가 40달러'까지 거론하면서 감산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당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원유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큰 신흥 산유국들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환율이 60.6640달러에 마감, 사상 처음으로 60달러를 넘어서면서 가치가 올해 들어 45.9% 추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보유 외화를 풀어 환율 방어를 시도했으나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결국 16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10.5%에서 17.0%로 6.5%포인트나 전격 인상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향후 12개월 내에 디폴트 가능성이 97%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데이터 분석기관 CMA의 전망을 인용해 보도했다.

원자재 생산국인 브라질도 달러·헤알 환율이 달러당 2.685헤알로 9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선진국도 유가 급락의 충격에서 예외는 아니다.

15일 유럽 증시는 디플레이션 우려와 에너지 관련 업종에 대한 우려 속에 2% 안팎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세계 주요 경제국 중 거의 유일하게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인 미국마저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58%,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0.63%, 나스닥 종합지수가 1.04% 각각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도 석유·화학·조선 등 관련 업종 중심으로 유가 하락의 충격을 받으면서 지난 주 이후 지금까지 7거래일 동안 6일간 하락하는 등 1,900선마저 지켜내기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석유 소비국인 선진국과 한국의 증시마저 유가 하락에 흔들리는 것은 과거와 다른 현재 세계 경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유가 하락은 통상 각종 생산 비용을 낮춰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한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고 석유 관련 업종의 실적 하락을 이끄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비용 하락에 따른 소비 증대, 국내총생산(GDP)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한국의 소비, 제조업생산, 수출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유가 하락의 본격적인 영향은 약 6개월 이후부터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먼저 제조업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약 9개월부터 다른 부문에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하이투자증권은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유가 하락은 일정 기간 이후 소비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와 기업들의 원가 절감을 이끌어낸다"며 "내년 2분기부터 수출 경기는 물론 국내 제조업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입 에너지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우호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기업실적에서 이를 확인하려면 1∼2분기 정도 시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단기적인 시장 반응에 너무 민감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조언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