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도심서 인질극 대치…한국계 여대생 탈출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질극이 발생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우리 시간으로 어제(15일) 아침 7시에 시드니 시내 금융중심가에 있는 린트 초콜릿 카페에 무장 괴한이 침입해 현재까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젯밤 9시쯤 괴한과 인질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페 내부의 조명이 모두 꺼졌으며 안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당초, 인질의 숫자를 손님 30여 명과 종업원 10여 명 등 40여 명으로 추정했지만, 경찰은 인질 숫자를 30여 명 미만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질 가운데 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모씨 등 5명은 어제 오후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인질극을 벌이는 무장 괴한은 1명으로 추정되며 이 괴한의 신원과 범행 동기는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무장괴한 1명 외에 다른 사람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페 안에서 인질 두 사람이 범인의 강요에 따라 검은색 바탕에 흰색 아랍어 문자로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이다'라는 글귀가 적힌 이슬람교 신앙 고백문 깃발을 든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시리아에서 이 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 국가, IS'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공습에 호주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IS 추종 세력의 테러 공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인 '채널 텐'은 카페 내 인질 2명을 직접 취재한 결과 범인이 IS 깃발 하나를 카페로 가져다줄 것과 토니 애벗 총리와 직접 대화하게 해줄 것 등 두 가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 범인이 린트 카페와 시드니 상업지구에 각각 2개의 폭탄을 설치해놨다고 인질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시드니 라디오방송도 인질을 취재한 결과 범인은 호주가 IS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당국은 어제 오전 7시45분에 신고 전화를 받고 특수경찰을 출동시켰으며 현재까지 인질범과 대치 중입니다.

호주 경찰은 범인의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인질극이 발생하자 마틴플레이스 인근 도로와 지하철 역, 주요 건물 등을 봉쇄하고 중무장한 경력을 주변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또한 시드니 도심을 지나가는 항공편의 운항도 통제하고 있습니다.

애벗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애벗 총리는 매우 우려스러운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법집행기관과 치안조직이 잘 훈련돼 있고 철저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모든 국민이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즉시 시드니 총영사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시드니 내 미국 시민에게 안전을 당부했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상황을 보고받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