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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는 어떻게 이겼나?…아베의 '승리 방정식'

[월드리포트] 아베는 어떻게 이겼나?…아베의 '승리 방정식'
중의원 선거에서 다시 아베 정권이 압승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결과에 일본인을 비난합니다. 아베노믹스도 실패했고, 아베 총리는 전쟁의 길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데, 일본인이 왜 아베 정권에 표를 던지는 지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의 총선거 제도는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의 선거는 4년에 한 번으로 시기가 딱 정해져 있지만, 일본의 총선거는 사실상 집권당이 시기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는 '타이밍의 승부'라고 불립니다. 일본 총리의 실제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3개월, 중의원의 평균 임기가 2년 3개월에 불과하다는 건 결국 언제 선거를 치르느냐에 따라 정치지형이 요동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 아베 총리의 '전격전' 통했다.
아베 총리의 승인 중 하나는 야당이 선거를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전격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했다는 뜻입니다. 일본 정가에선 내년 여름 이후 의회해산과 총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소비세 2차 인상 연기를 명분 삼아 전격전을 단행했습니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선, 정당 지지율이 1등일 때 치르는 게 유리합니다. 정권의 지지율이 30%후반까지 추락했고, 정당지지율도 30%대로 떨어졌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계산한 겁니다. 시간을 더 보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그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1강 다약'인 상황일 때 선거를 해야한다는 확신이 있었던 겁니다. 중의원 해산 명분이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총선거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 선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실한 계산서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베
2. '아베노믹스'로 쟁점을 단일화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아베노믹스'만 얘기했습니다. 국민의 의견이 엇갈리는'집단자위권' '원전 재가동' 이런 이슈는 의도적으로 피해 갔습니다. 외국에선 아베노믹스가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본인들은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가 지금까지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야당들은 아베노믹스에 반대만 했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은 시간을 좀 더 주자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아직 아베 정권의 정책은 길 위에 있다.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야당인 민주당은 집권 당시 실정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 아직 시기상조다." 유권자의 생각은 이런 쪽으로 모였습니다.

3. '장기집권'의 시나리오 미리 준비했다.
이번 선거는 '아베의, 아베에 의한, 아베를 위한' 선거라고 불렸습니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했다는 뜻입니다. 아베 총리는 2년 전 총리직을 재수하며, 먼저 아베노믹스로 경제 문제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 후 헌법 개정, 집단자위권,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우파적 정책을 강화하며 지지층을 다졌습니다. 그러다 중의원 해산 직전엔 굴욕을 감수하며 APEC에서 중국의 시진핑 총리와 일대일로 만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웃 나라 정상도 못 만나는 총리라는 비아냥을 잠재우기 위해섭니다. 아베 총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장기집권의 비결은 짧은 시간에 선거를 되풀이하며 이기는 것" 이라고 얘기해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리 이겨놓고 싸우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역대 최장집권 총리는 7년 8개월을 집권한 사토 에이사쿠인데, 아베 총리의 작은 외할아버지입니다. 이 사토 전 총리도 중의원을 2번 해산하며 장기집권에 성공했습니다. 자랄 때부터 보고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공산당'에서 보는 희망
 아베 총리가 경제문제에서 이기며 3차 집권을 하게 됐지만, 이번 선거의 이념 대결은 '공산당'과 '차세대당' 사이에서 벌어졌습니다. '고노담화'를 물고 늘어진 차세대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정당입니다. 그런데 선거 후 의석은 19석에서 2석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아베 정권의 폭주 스톱'이라는 구호를 내건 공산당은 18년 만에 지역구 의석을 획득하며, 21석을 차지했습니다.

선거 전의 8석보다 배가 넘게 의석을 불렸습니다. 공산당은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으로만 구성된 정당입니다. 그런 만큼 언제든 조직을 가동할 수 있습니다. 또, 당원들이 투표에 꼭 참여하는 만큼 전체 투표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아베 정권에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며, 반대층의 표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 조사를 보면 적극적으로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여론은 30% 정돕니다. 공산당이 반대층 30%의 표심을 집결하는 데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그 결과 아베노믹스의 퇴로를 스스로 차단했습니다.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후퇴하는 순간, 정권의 운명이 끝나는 그런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는 워낙 변수가 많아 시나리오대로 잘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유가 하락만 해도 아마 아베의 수첩에는 없는 돌발변수일 겁니다. 현재 일본 정치인 가운데 아베 총리에게 대항할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성패 여부가 아베 총리 장기집권의 최종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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