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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 사고 나도 범퍼 교체 어려워지나?

[취재파일] 차 사고 나도 범퍼 교체 어려워지나?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12년 만에 관료가 아닌 보험인 출신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LIG손보에서만 30년 이상 일했다고 한다. 협회장으로서 밝힌 사업구상. 가장 시급한 일로 자동차보험의 정상화를 들고 나왔다. 아직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다. 한 물 갔건만. 

“프랑스 가 보셨나요? 파리 시내에 있는 자동차들을 보면 범퍼에 스크래치(긁힌 자국) 몇 개씩은 달고 다닙니다. 범퍼라는 게 원래 그런 역할 하라고 있는 겁니다. 긁히고, 부딪혔을 때 차량 내부의 중요한 장치 보호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가벼운 사고 일어날 때마다 범퍼를 교체하지는 않습니다. 스크래치 생겨도 그냥 놔두거나, 도장만 하고 거리를 다닙니다. 그래도 자동차 안전성이나 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협회 간부의 부연 설명. “한 해 자동차 접촉사고가 500만 건 정도 발생합니다. 그 중 범퍼 손상으로 정비를 받는 차의 71.9%는 범퍼를 교체합니다. 범퍼를 교체하면 수리비용이 50만~70만 원은 쉽게 나와요. 범퍼를 교체하지 않고 판금과 도장만 하면 범퍼 수리비용을 30~40% 낮출 수 있습니다. 사고를 당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것으로 바꾸는 게 속 편할 지 모르죠. 그런데 ‘내 속 편하자’고 하는 부품교체가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내 보험료가 오르는(적어도 떨어지지 않는) 요인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가 됐어요.”

위기 의식을 강조하는 장 회장의 설명.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가장 컸던 때가 2010년이었어요. 1조 5천억 적자였습니다. 올 9월까지 6천억원 적자가 났는데 겨울에 각종 사고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적자액은 1조원에 육박할 겁니다. 2000년 이후 자동차보험 적자가 1조원을 넘었던 건 2010년이 유일했는데 올해 두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면하는(손익분기점) 손해율’을 77%로 주장하고 있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77원까지만 써야 손해를 안 본다는 뜻. 나머지는 사업비 등 간접비용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2012년 83.4%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86.8%로 올랐다. 올해는 88%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율이 높아진 주요 원인으로 손보업계는 증가하는 차량 수리비를 지목했다. 가벼운 사고인데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 회장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수리방법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는 같은 차종, 같은 파손이더라도 소비자나 정비업체의 성향에 따라 수리방법과 범위가 다른데 공통의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 한마디로 ‘살짝 긁히거나 부딪혔다면 범퍼와 앞,뒤 문짝을 앞으로는 교체하기 어렵게 하겠다’는 뜻이다. 사실 새로운 구상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손보업계의 숙원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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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공장들이 그런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일까 물었다. “자동차 회사 직영 수리업체나 외제차 딜러업체의 경우, 가벼운 사고에도 부품 교체를 유도합니다. 그래서 일반 정비업체보다 2배 이상 부품 교체율이 높습니다. 일반 정비업체는 범퍼를 교체했을 때 버는 수입보다 판금이나 도장으로 수리했을 때 버는 수입이 더 많다고 합니다. 얼마든지 정비업계의 협조를 이끌 어 낼 수 있습니다.” 장 회장은 손해보험 업계만의 가이드라인은 괜한 소비자와의 분쟁만 늘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때문에 공공기관의 연구용역과,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과거 손보업계가 만성 적자인, 그러나 공공적 성격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의 적자 규모와 위기를 유난히 강조했을 때는 어김없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주장이 뒤따랐다. 적어도 자동차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을 막는 배경으로 적자 규모가 강조되기도 했다. 손보협회가 던진 ‘자동차보험의 정상화’라는 화두가 오래된 자동차사고 처리 관행의 개선 논의로 이어질 지, 아니면 자동차보험료 인상 주장의 근거, 또는 인하 여론의 방패막이로 변할 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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