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에도 큰 병원 가서 연간 1천200억 낭비"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 대신 2·3차 병원을 불필요하게 이용해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진료비용으로만 연간 1천 2백억여 원을 더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대학병원을 포함한 2·3차 병원이 개원가에서 진료해도 될 환자를 흡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증적인 통계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이진용 교수와 충남의대 은상준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환자 자료를 이용해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의 규모와 비용을 추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의원에서 진료해도 될 고혈압의 18.7%와 당뇨의 18.6%, 고지혈증의 31.6%를 각각 병원이 진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추가 비용은 고혈압이 1천 95억여 원, 당뇨병 207억 2천 2백만 원, 고지혈증이 732억 1천 9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불필요한 병원 외래 이용 환자가 모두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면 2009년 한해에만 1천 213억 7천만 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왜곡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마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상황이 현재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비유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병원과 의원 간 중립적 의견 제시를 위해 외부 연구비를 받지 않고 저자들과 일부 교수들이 연구비용을 충당해 이뤄졌으며, 관련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