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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속 법무관 "피고인 선처" 이례적 탄원

"공소유지만큼 피해자 지원도 중요"

박미경(46·가명)씨는 지난 5월 가정폭력에 못 견뎌 이혼한 전 남편과 싸우다 우발적으로 그를 때려 숨지게 했다. 박씨가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두 아들 생계가 곤란해졌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장한별(31·변호사시험 1회) 공익법무관은 구속자 명부를 조회해 이 사건을 확인하고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씨의 두 아들을 돕기로 했다.

장 법무관은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얘기를 나눠본 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동작구청과 산하 복지기관들에 간담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간담회 결과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긴급 생계비 180만원, 학자금 100만원, 피해자 장례비 300만원 등을 지급키로 했다. 

또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아이들이 이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경제 교육을 실시했다. 동작구청 가정복지과는 아이들에게 도시락·밑반찬을 가져다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아이들이 사망한 아버지의 빚을 상속받지 않도록 상속한정 승인을 청구하는 등 법률 지원을 맡기도 했다.

장 법무관 스스로는 고심 끝에 박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썼다. A4 용지 6장 분량의 탄원서에서 장 법무관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어머니 박씨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고인 없이는 형제가 언제 나쁜 길로 빠질지 모르는 일이고, 지원한 돈도 거의 바닥이 나고 있습니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법조인이 된 장 법무관의 경험을 녹였다.

공식적으로 법률구조공단 본부에 속하지만 살인 등 강력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에 배치돼 사실상 검찰 소속으로 근무 중인 법무관 신분으로서 이례적 행동이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두 아들이 있는데 아직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로,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박씨를 석방했다.

장 법무관은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 자식이기도 한 특별한 사정 때문에 측은지심을 갖고 탄원서를 썼다"며 "검찰 지휘를 받는 법무관으로서 공소 유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피해자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법무관 사례는 지난 12일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윤갑근 검사장)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피해자 지원 우수사례' 중 하나로 소개됐다.

전국 검찰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38명의 '피해자 지원 법무담당관'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들은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만1천325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4만1천581건의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대검은 지난 6월부터 구속자 명부 조회를 통한 지원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박지영 대검 피해자인권과장은 14일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을 마친 공익법무관들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권리를 확고히 하고 지원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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