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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포츠에서도 공간 23%를 비운다

[취재파일] 스포츠에서도 공간 23%를 비운다
저는 지난 11월 26일 <취재파일>을 통해 이른바 '문콕'을 막으려면 적어도 23%의 공간은 비워야 한다 (▶ 기사 보기)고 주장했습니다. 즉 현재 한국 중형 승용차의 차폭(전폭)이 약 186cm인 상황에서 '문콕'을 방지하려면 주차 구역 한 칸의 폭이 최소한 241cm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컵라면 용기, 세면대, 화장실, 피아노 건반 등 우리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공간의 법칙 23%'의 구체적 사례들 (▶ 기사 보기)을 제시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예고한대로 스포츠 현장에서 발견되는 공간의 법칙을 소개하겠습니다.

축구선수들은 골을 넣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골키퍼는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립니다. 축구 골대의 높이는 2m44cm. 축구 골대 높이가 10cm만 낮거나 10cm만 높아도 골이 들어갈 확률이 상당히 달라질 것입니다. 축구 크로스바의 높이가 만약에 180cm 정도라면 선수들은 골키퍼 옆 공간으로 차야만 골이 들어갈 것입니다. 골키퍼가 서면 크로스바에 머리가 닿기 때문에 위로는 골을 넣을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입니다. 그럼 왜 2m44cm로 정했을까요? 저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미 8년전에 2006년 월드컵에 나온 32개국 주전 골키퍼 32명의 키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평균 1m88cm, 즉 1m88cm의 골키퍼가 골대에 서면 위로 남는 공간은 56cm가 됩니다. 2m44cm를 100%로 했을 때  56cm는 정확히 22.95%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골대가 너무 높으면 골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낮으면 잘 안 들어갑니다. 가장 적당한 높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골키퍼 머리 위 공간을 23% 남겨놓은 것입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골키퍼의 평균 신장도 188cm 안팎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야구장에는 홈플레이트가 1개, 베이스가 3개 있습니다. 야구 베이스는 한 변이 38.1cm인 정사각형입니다. 야구 베이스 규격은 19세기 중엽 미국인들이 확립했습니다. 그럼 야구 베이스 규격은 왜 이 길이로 확정된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봤을 때 야구 베이스 한 변이 일반 성인 남자의 발 길이보다 짧으면 곤란합니다. 베이스의 세로 길이가 만약 20cm라면 발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발목이 꺾이기 쉬어 부상 위험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베이스 길이가 1m라면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울 것입니다. 선수가 베이스를 밟기에 적당한 길이가 필요한 것입니다.

19세기 중엽 미국인들의 발 길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지만 신장을 통해 대략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19세기 중엽 미국인 성인 남자의 평균 시장은 171cm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남자의 평균 신장보다 3cm 작습니다. 동일한 신장이라도 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발 길이가 조금 더 깁니다. 이렇게 볼 때 19세기 중엽 미국인들의 평균 발 크기는 지금 한국 남자의 평균 발 크기와 거의 비슷했을 것입니다. 현재 한국 남자 신발 사이즈는 평균 265-270mm입니다. 그런데 신발에는 앞뒤로 고무 가죽이 있기 때문에 이 길이를 포함하면  신발 전체 길이는 평균 295mm정도 됩니다.  295mm는 야구 베이스 한 변의 길이 38.1cm의 77.4%에 해당합니다. 즉 야구 선수가 베이스를 밟았을 때 밟은 공간이 77.4%이고 남는 공간은 22.6%가 된다는 것입니다. 야구 베이스는 일반적인 남자의 발 길이보다 길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적당한 크기를 생각한 게 22.6%라는 공간을 남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골프 100타 초보
골프 연습장에 가도 이런 공간의 비율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골프 연습장에서 1명이 치는 한 타석의 폭은 대부분 2m50cm입니다. 2m30cm도 아니고 2m60cm도 아니고 왜 2m50cm일까? 여기에 숫자의 비밀의 담겨져 있습니다. 골프 연습장측은 보다 많은 사람이 연습을 하기 위해 가급적 타석을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타석을 많이 만들려면 타석의 폭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줄이면 위험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연이은 두 타석의 골퍼가 모두 가장 긴 클럽인 드라이버를 휘두른다고 할 때 타석의 폭이 좁으면 상대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두 명이 동시에 드라이버를 휘둘러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최소한의 폭은 유지돼야 합니다. 오랜 관찰과 실험 결과 평균적인 신장(약 1m74cm)을 가진 한국 남자 골퍼가 드라이버를 휘둘렀을 때 1m92cm 정도의 스윙아크가 발생합니다. 타석의 폭이 2m50cm인데 스윙아크가 1m92cm이면 남는 여유 공간은 58cm입니다. 58cm가 2m50cm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2%입니다. 즉 이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예를 들어 1m90cm의 장신 2명이 동시에 드라이버를 휘두른다고 해도 부상할 위험성이 거의 없어지는 것입니다.

육상 멀리뛰기는  구름판을 구른 뒤 최대한 멀리 뛰어 모래에 착지하는 경기입니다.  모래를 까는 이유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선수가 합성 고무위에 떨어지면 찰과상, 심지어 화상을 입기 때문에 모래를 깝니다. 모래는 12m까지 깝니다. 멀리뛰기 기록은 발 뒤꿈치로 재기 때문에 11m60cm 정도 뛰면 앞꿈치는 12미터 선에 이릅니다. 이 기록 이상을 뛰게 되면 선수의 앞발이 합성 고무위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게 되고 이 때부터 부상의 위험이 생깁니다. 현재 남자 멀리뛰기 세계기록은 1991년 파월이 세운 8m95cm. 어떤 선수가 이 기록을 뛴다 할 경우 2m65cm의 모래 공간이 남습니다. 전체 11m60cm에서 2m65cm는 22.8%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육상 종목 중에 창던지기가 있습니다. 육상 경기장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창을 던져 가장 멀리 던진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합니다. 이런 경우를 한번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아주 특출난 선수가 창을 너무 멀리 던져 반대쪽 관중석까지 날아가면 관중이 다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재로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최소한 23%의 여유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 창던지기 세계신기록은 체코의 젤레즈니가 1998년에 세운 98m48cm입니다. 젤레즈니는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올림픽을 3회 연속 우승한 불세출의 스타입니다. 누군가 그의 기록을 경신해 100m쯤 던진다고 해도 관중은 창을 맞을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육상 경기장이라도 창을 던지는 지점부터 반대쪽 관중석까지는 최소한 130m의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100m를 던진다고 가정할 때 남은 공간은 30m. 비율로 치면 23%의 여유가 있는 것입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2개의 큰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첫번째는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중국 류샹이 선두로 달리다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라이벌인 쿠바의 로블레스의 반칙으로 금메달을 놓치고 만 것입니다. 로블레스의 오른팔이 조금 앞서 달리던 류샹의 왼팔을 쳐버린 것입니다. 사진을 보면 로블레스의 오른팔은 이미 자신의 레인을 넘어선 것이 확인됩니다. 로블레스는 당연히 실격됐고 류샹은 억울하지만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남의 레인을 넘어서는 반칙을 하지 않는다면 두 선수가 접촉하는 이런 사태는 여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육상 트랙 1개 레인의 폭은 1m25cm. 남자 선수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보면 팔을 힘차게 흔드는 두 선수가 최대한 가까이 붙었을 때 공간이 25cm-30cm입니다.  즉 가로 폭 1m25cm에서 20%-24% 정도의 공간을  최소한 유지하고 달린다는 것입니다. 

수영의 1개 레인의 폭은 2.5m입니다. 선수들이 접영을 할 때 양팔을 동시에 펴는 데 그 폭은 190-195cm입니다. 옆 레인에 위치한 두 선수가 양팔을 나란히 폈을 때 손과 손 사이에는 평균 57.5cm 정도 남습니다. 2.5m에서 57.5cm는 정확히 23%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 정도 공간이 있기 때문에 두 선수의 팔이 접촉할 염려도 레인 줄을 건드릴 가능성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공중에서 아찔한 묘기를 펼치는 다이빙에서도 공간의 법칙은 확인됩니다. 다이빙에서 가장 위험한 종목이 10m 플랫폼입니다. 10m 높이의 도약대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상 가능성이 높은 경기입니다. 다이빙 풀의 수심은 5m입니다. 4m도 아니고 6m도 아니고 정확히 5m입니다. 키가 1m80cm인 남자 선수가 다이빙했을 때 입수되는 깊이는 일반적으로 3.5m 내외이고 최대 3.8m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수심이 4m일 경우 여유 공간이 20cm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심 6m 풀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낭비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 수심이 5m인데 이 경우 다이빙 선수가 3.8m 정도 입수를 하면 1.2m의 여유 공간이 생깁니다. 5m에서 1.2m는 비율로 치면 24%입니다.

이밖에도 스포츠에서 '공간의 법칙 23%'가 발견되는 사례는 더 있습니다. 제가 3회에 걸쳐 관련 <취재파일>을 쓴 목적은 단 한가지입니다. 이른바 '문콕'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차와 차 사이에 적어도 23%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차 구역 한 칸의 폭 2m30cm이란 현행 규정은 20년도 넘은 것이지만 이것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 당국은 승용차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해 현 실정에 맞는 새로운 규정을 시급히 마련할 책임이 있습니다.

▶ [취재파일] '문콕' 막으려면…"공간 23% 비워야"
▶ [취재파일] 컵라면도 공간 23%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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