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이라 할 만했다. 제일모직 일반 공모에 30조원이 몰렸다. 195대1의 경쟁률. 역대 최대 청약증거금을 기록했던 2010년 삼성생명 공모 때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투자자들은 아는 것이다. 에버랜드와 합병한 제일모직이 어떤 회사라는 것을.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출자 구조를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작 삼성전자의 지분은 거의 없다(0.57%). 제일모직 지분 25.1%(공모 전)를 가진 대주주로서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룹 전체까지. 가급적 온전한 형태로 그룹을 승계하려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상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 지긋한 그 투자자도 그 점을 알았던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화재 지분 취득. 삼성SDS 상장.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추진(일단 무산되기는 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매각.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자사주 인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벌어진 일들이다. 팔고, 합치고, 사고. 삼성은 바쁘다.
절묘한 투자에 이어 절묘한 경영권 승계의 완성을 준비하는 것일 터. 제일모직 상장을 계기로 그룹 내 이합집산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어떻게 쪼개고 어떻게 붙여서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지에 대해 증권가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다만 앞으로 진행될 절묘한(?) 경영권 승계가 과거의 절묘한 투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장에서 더 많은 눈이, 더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