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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이택광 "고3 백색테러에 정치권은 조용하기만…"

* 대담 : 경희대 이택광 교수 (문화평론가)

▷ 한수진/사회자: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리턴’, 그리고 종북 논란이 있는 인사들을 향해 사제폭발물을 던진 고3 학생 사건, 이번 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건인데요.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 같지만, 그 밑바닥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우리 사회 감추고 싶은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건데요. 문화평론가 경희대 이택광 교수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고등학생이 폭발물을 직접 만들어 던졌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떤 생각 먼저 드셨어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일단 이 사건을 접하고, 저는 뭐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올 것이 왔다?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네, 왜냐하면 최근에 우리 사회에 상당히 많은 그런 이념적인 대립들이 격화되고 있었잖아요. 실제로 격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랬고요. 거기에 맞춰서 어떤 그게 에스컬레이팅이 되는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이념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많이 격화되고 있다, 이렇게 보고 계신다는 거고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네, 사실 인터넷에서 많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고요. 일상으로 내려갔을 때는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진 않죠, 그런데 잠재해 있다가 표면으로 이제 등장했다고 봐야겠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어떤 증오심이 표현된 것 같아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실질적으로 모든 사회는 사실 이런 증오들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인데요. 왜냐하면 여러 가지 갈등들이 존재하니까. 그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의 어떤 성숙도라든가 이런 것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근데 최근에 어떤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면요. 그런 갈등들을 합리적으로. 토론이나 이런 방식을 통해서 풀려고 했다기보다 굉장히 어떤 상당히 어떤 과거의 그런 모습에 비춰가지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서 이런 이념관계의 갈등을 부추겨 왔단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일부 매체라든가 방송들이 그렇게 해왔단 생각이 들고요. 이런 것들이 이런 구체적인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단 생각이 들고. 특히 범행 주체가 10대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사고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받아들였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폭발물을 만들어 던진 사람이 고교생이란 점도 참 충격적이잖아요?
신은미 토크콘서트서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그러니까 이 10대들 같은 경우는 주어지는 그런 정보에 대해서 그렇게 큰 성찰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경험들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들려오는 말에 그대로 솔직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인터넷이나 이런 것을 통해서 수집했던 그런 정보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들 있죠? 이것이 결합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괜히 불만일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을 하면서 특정한 대상을 향해서 그 분노가 표출된 거죠. 이게 과거의 그 묻지마 범죄와 다른 점은 범행 대상이 구체화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사실 비슷한 일도 많이 있었죠, 남대문 방화 사건 같은 경우는 불특정 다수였지만 이번 고교생의 범행 같은 경우는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어떤 대상, 그 분들이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특정한 대상들을 이념적인 객체로 규정하면서 그것을 통해 범행을 자행했다는 것. 이런 것이 좀 과거와 다른 형태죠.

▷ 한수진/사회자:
네,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예고를 했다고 하죠?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찬합 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 그리고 폭발물도 직접 만들었다는 거예요. 굉장히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그게 이제 상당히 심리 상태를 봤을 때는요, 전형적인 어떤 테러범의 어떤 방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실제 테러범이 이런 식으로 자기 과시라든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식의 어떤 범행을 사전에 미리 공지하는 그런 경우가 있거든요? 문제는 그것을 그것에 대응하는 사회의 모습이겠죠, 그러니까. 한국은 거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무감했던 거 같고, 크게 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외 같으면 이런 여러 가지 범죄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이런 테러 범죄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어떤 대응들을 했겠죠. 한국은 아직까지는 거기에 대해서 조금 무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또 온라인에서 보면 일부 누리꾼들이긴 하지만 폭발물을 던진 고교생을 ‘열사’라고 부른다고 하잖아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그거 무슨 의도로 그렇게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실 이것은 명백한 ‘테러’ 고요. 특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때는 ‘백색 테러’라고 하는데 ‘백색 테러’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입니다. 그게 대부분 다 테러죠, 그러니까.

기본적인 어떤 대중을 설득한다든가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적 방식을 통해서 상대방을 위축시키려고 하는 것은 다 테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이 어떤 극우적인 스펙트럼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백색 테러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백색 테러라는 사실에 대한 어떤 인지를 하지 않고, 그런 식의 어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책임한 언사들을 내뱉고 있는 것은 사회 전체로 본다면 상당히 이제 그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일베’라고 하잖아요. 일간베스트저장소 활동으로 담임선생님께도 몇 차례 이 학생이 지적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일베의 영향도 있다고 보세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뭐 아직 그 학생이 일베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실 지금 그런 식의 무책임한 이념 선동들은요, 일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각종 포털에 가보시면 포털 사이트에 달린 여러 가지 댓글을 보시면 굉장히 인종 혐오적이고 여성 차별적이고 또 소수자에 대한 어떤 안 좋은 감정들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 학생이 반드시 일베를 보고 그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일베에서 이 학생이 활동한 것이 어느 정도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고요. 또 거기에다 자신이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것을 올렸기 때문에 그런 혐의점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인터넷은 10대들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당연히 감안이 되어야겠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걱정되는 게 10대와 20대의 젊은 층들의 놀이터가 일베가 되고 있다는 그런 분석이 많더라고요? 근데 왜 젊은 층이 몰릴까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일베가 아무래도 재미있으니까 딱히 젊은 층들이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누릴 수 있는 그런 오락거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일베에 많이 접속해가지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일베에 아무래도 거기에 다양한 정보들을 많이 접하게 되겠죠. 거기엔 당연히 이제 여러 가지 혐오 발언들이 많이 있고요, 그 안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좀 사회적인 어떤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도 참 잘못된 거고요, 누군가는 ‘그게 아니다. 잘못됐다’ 말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사실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데 정치권들은 또 조용하게 있어요. 사실 이런 ‘테러’라든가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적인 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입법이나 여러 가지 사법적인 어떤 조치를 통해서 사실은 제한하는 수밖에 없어요, 보니까.

개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랬을 때 사실 이런 입법과 관련된 분들이 정치인 아니겠어요? 그렇죠? 외국 같았으면 정치인들이 전부 나와서 한마디씩 했을 것 같은데 굉장히 지금 묵묵부답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고교생의 일탈 행위, 10대의 어떤 그런 잘못된 판단에 의한 범죄,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볼 일은 아니란 말씀이시고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이 고교생이 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여러 가지 배경들이 있죠. 그것을 좀 숙고해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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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건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사실 이 ‘땅콩리턴’ 사건 자체도요, 어떻게 본다면 상당히 그 항공사에 누적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이른 바 우리가 ‘갑질’이라고 부르죠, 그렇죠? 사실 이 갑질은 계약관계지만 그 안에는 어떤 계급적인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조현아 부사장이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비행기가 ‘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근데 아무리 오너 경영이라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자본은 원래 사회적인 것인데, 사회적인 자본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태도에서 빚어진 어떻게 본다면 시대착오적인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시대착오적인 문제다, 어떻게 보면 부의 세습이 이런 잘못된 마인드를 키웠다, 이런 말씀도 될까요?

▶ 이택광/ 경희대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어떻게 보면 이게 그 로컬사업가인데요. 지역 사업가죠. 예전에는 한국 사회가 상당히 세계로부터 유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사업들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보면 글로벌 시대 아니겠어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그 자체가 속속들이 이렇게 세계로 다 전송이 되고 있는 시대인데, 당연히 말하면 어떤 로컬 사업가가 글로벌 어떤 마인드에 적응을 못한 게 아닌가, 글로벌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들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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