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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님아 그 강을…' 감독 "남성 관객들 부끄러워 말고 많이 우셔라"

* 대담 : 진모영 감독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한수진/사회자:
네, 연말 극장가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이 되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한 편이 나왔습니다. 러브스토리 영화라 해서 젊은 남녀가 나오느냐, 그건 아니고요. 어느 백발 노부부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독립 다큐 영화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40만을 넘어섰고요.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어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하죠. 자, 이 화제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감독님. 나와 계시죠?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지금 극장가에는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던데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엄청난 입소문 때문에 관객 수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면서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고 계십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사실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예상 못하셨을 것 같아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그렇죠, 많은 분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를 이렇게 보시진 않으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네. 근데 지금 관객들 중에서는 이 영화의 주인공 노부부를 처음 본 분들도 있겠지만 ‘어디서 봤는데?’ 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아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사실 이 분들은 KBS <인간극장>을 통해서 굉장히 유명해지신 분들이고요, 그 이전에 <SBS 스페셜>에서 제일 먼저 소개가 된 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어떻게 이 어르신들을 주제로 영화를 만드실 생각을 하셨어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저도 이 분들을 <인간극장> 끝나고 나서 외부를 통해서 다시 봤는데요. 이 분들이 TV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만 소개되기에는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야기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그래서 영화로도 만들고 세계적으로도, 세계인들과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요. 노부부, 정말 오랫동안 길고도 깊은 사랑을 나누신 분들이시죠. 촬영 당시에 이 할아버님, 할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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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3년이 촬영의 중심이었는데요, 그 때 이제 할아버지께서는 연세가 98세이시고 할머니께서는 89세.

▷ 한수진/사회자:
아유, 참 대단하세요. 두 분이 함께하신 세월이 상당한 거예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76년 동안 부부로 사신 거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 오랜 세월동안 애정이 식지도 않고, 정말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데 좀 신기하기까지도 하더라고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근데 이런 두 분의 모습이 정말 일상이시던가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예, 저희들은 이제 촬영을 2012년 9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1년 3개월, 15개월 동안 곁에서 지켜봤는데요. 시종일관 같으셨고 76년을 이런 모습으로 지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보면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할아버지가 어루만지면서 ‘호~’도 해주시고 서로 뭐 꽃도 꽂아주시고 물장난도 치시고 참 서로를 정말 아끼시더라고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런 부분들이 이 부부의 사랑의 건강함을 지켜주는 유머러스한 부분들인데 할아버지께서는 지금은 훨씬 덜해졌는데 예전에 젊으셨을 적엔 뭐 뱀을 잡아오신다거나 집에 숨어 있다가 깜짝 놀래키신다든가 할머니의 유일한, 유일한 불만이 ‘장난이 너무 심하다’ 라고 했던 부분들이 생각나요.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에게 장난치시고 그렇게 했던 에피소드 들이 평생에 이어졌던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아유, 장난을 너무 많이 치세요, 할아버지가(웃음). 우리는 장난 좀 쳐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하하하하하.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근데 이 할아버님이 우리 여자들이 좀 좋아하는 스타일이신 거 같아요. 참 할머니께 항상 예쁘다고 하시고. 부인에게. 그리고 또 자주 어루만져 주시고 또 음식도 다 맛있다고 해주시고. 사실 옛날 어른이 이런 표현하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예, 그렇죠. 저도 할아버지 모습 중에 굉장히 인상적인 게 음식 드시는 건 정말 저에게도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남자고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할아버지께서는 할머니 말씀에 ‘평생을 한 번도 음식을 맛이 없다고 하신 적이 없고 다 맛있다. 모든 것이 다 맛있다고 하신다’ 하고, 근데 맛있으면 많이 드시고 맛없으면 조금만 드시고 이러셨다는 거죠.
기분은 얼마든지 좋게 할 수 있지만 그 부분들에 대해서 할아버지께서 음식에 대한 자신의 표현 방식을 결정하신 거죠. 그런 부분들은 아 이런 건, 남자들이 굉장히 배울만한 것이다. 인상적이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감독님께서도 촬영하시면서 반성 많이 하셨겠어요. (웃음)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음. 그렇습니다. (웃음)

▷ 한수진/사회자:
사실 이렇게 표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연애할 땐 좀 하긴 하는데 말이죠, 결혼하면 참 안 해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 한수진/사회자:
근데 할머님도 보면 참 귀엽게 애교부리시고, 챙겨주시고, ‘잘~생겼다’ 이런 말씀도 해주시고 ‘나는 폭 늙었지만 당신은 안 늙었어’ 뭐 이런 이야기도 해주시고 참 좋으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옆에서 쭉 지켜보셨는데 1년 간 촬영하시면서, 이 두 분이 70년 넘게 사랑하면서 살 수 있었던 이유, 뭐라고 생각하세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장난치고.. 그런 것만으로 이렇게 사랑을 유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 분들이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자잘한 것들을 배려하는 게 생활화 되어 있죠. 외출할 때는 신발 돌려서 놓아주고 높은 데서 내려올 때는 꼭 손 잡아주고, 안 보이는 머리 뒷부분 빗겨주고.. 이런 아주 자잘한 것들이 습관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사랑한다’ , ‘고맙다’ 이런 표현들도 끊임없이 하시고.
그냥 의식적으로 하기보다도 아주 본능적이고 습관처럼 하시는 거죠. 그런 것들이 쌓인 기초에서 피어난 게 이 분들의 사랑이고 또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참 ‘천생연분’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근데 영화에서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되는데, 다큐영화라서 이 부분은 예상 못하고 시작하셨을 것 같은데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2012년 8월에 제가 이 분 처음 뵈었는데요. 사실 건강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TV프로그램 보면서도 저분들의 사랑을 한 1년 정도 가까이서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거기가 산골이고 농촌이라서 자연적인 것과 함께 사계절을 담으면 이 분들의 아주 소소하고 작은 디테일 한 부분까지 전달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한 건데요.
근데 할아버지께서는 2013년도.. 여름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갑자기 더 안 좋아지시더라고요. 그리고는 11월에 돌아가셨죠. 음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었죠.

▷ 한수진/사회자:
예. 근데 영화 처음부터 할아버지의 묘와 할머니의 흐느끼는 장면을 넣으셨어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앞에서 말씀하셨지만 이 이야기는 노인 영화거나 죽음에 대해 다루겠다고 했던 게 아니고 이 두 분들의 작지만 위대한 것. 끝까지 보여줬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좋은 부분을 보여줬다가 나중에 죽음이 나오면 굉장히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 분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들을 하는데 약간 드라마틱한 부분이 너무 강조될 수 있어서 처음부터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이 두 분의 사랑을 지켜보자, 담담하게 지켜보자, 라는 뜻에서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관객들에게 알려놓고 시작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근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알고, 이 두 분의 행복한 장면들을 보니까 더 슬픈 것 같아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서 나이 드신 남성 관객분도 훌쩍이시던데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이제 가끔 무대에 관객들에게 인사드리러 가면 대부분 끝나고 만나는데 어떤 때에는 시작하기 전에 만나기도 해요. 그러면 그 말씀을 꼭 드립니다. ‘남성분들은 눈물을 막 참으려고 너무 그러시는데 그러시지 말고, 이 분들이 주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다 편하게 받아들이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많이 우셔라, 그래도 좋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사실 저희는 조금.. 그러지 않고 보길 원하는데 너무 많이 우셔서 (웃음)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흐느낌이 가득해요. 훌쩍훌쩍 자,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꼭 좀 무엇을 느끼시길 바라고 계세요?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어... 이 부부를 보면서는 정말로 작지만 큰 사랑의 마음으로 꾸준히 끝까지 서로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에서 이 분들의 사랑이 유지되고 그게 비결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사랑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들, 이 분들이 주시는 선물들. 그런 것들을 하나라도 받아 가시고 그것으로 연인끼리 혹은 부부가 더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걸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한 해 마무리하면서 많은 분들이 따뜻한 사랑이야기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진모영 감독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큐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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