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해 기성용은 활동 영역을 주로 그라운드의 좌측 절반에 한정 짓는 모습이었다. 가끔 레온 브리튼과 자리바꿈을 하며 오른쪽을 거들기도 했지만, 주로 왼쪽에 머물며 스완지가 안정된 공격진행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집중했다.
193cm의 거구를 자랑하는 앤디 캐롤의 헤딩은 압도적이다. 한때 프리미어 리그의 공중전을 장악했던 케빈 데이비스와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속된 말로 “머리 메시”라 불릴 정도로 공중전 경합 시 동료들에게 연결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 그 자체가 하나의 전술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던 선수인 케빈 데이비스였다. 축구 기록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http://www.whoscored.com/)에 따르면 볼턴에서의 마지막 3년 동안 케빈 데이비스는 공중볼 경합에서 54%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앤디 캐롤은? 무려 61%가 넘는 공중 경합 승리 비율을 보인다.
공중전도 엄연한 축구의 전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헤딩 스페셜리스트는 패스와 드리블, 태클과 슈팅의 스페셜리스트와 비교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울분을 털어내듯 타점 높은 공중전을 통해 자신을 증명한 앤디 캐롤에게 기성용을 필두로 한 스완지가 무너져 내린 모양새다.
미드필드 파트너가 단신 브리튼인 까닭에 앤디 캐롤과의 공중 경합을 도맡아 한 기성용을 탓할 수는 없다. 상대가 앤디 캐롤쯤 되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주고 제 갈 길을 가야만 한다. 대등한 높이를 보일 수 있는 선수를 투입하거나, 헤딩 이후의 공의 흐름을 대비하는 것은 감독의 몫일 터이다.
기성용을 보러 갔다 되려 앤디 캐롤만 보고 온 셈이 되었다. 사실 롱볼 축구는 재미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지만, 이쯤 되면 그의 이마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요소가 된다. 그리고 기성용은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주저앉힌 상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본다면, 그에게도 앤디 캐롤을 만난 기억이 재미있는 시간이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