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유럽 의사 꿈 이룬 헝가리 한인 유학생

"한 번이라도 유급하면 곧바로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하고 죽기 살기로 공부했어요." 지난 6월 헝가리 남부 지방의 세게드 치대를 졸업하고 두 달 후인 8월에 의사 면허를 취득한 김은혜 씨는 29살이던 지난 2009년 세게드 치대에 입학했습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라 의사 면허가 EU 회원국 어디에서나 통용되고, EU 국가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의사 면허를 따고 나서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는 셈치고 이력서를 100장까지 써보기로 마음먹고 세계 각지의 여러 병원에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열장 남짓 보냈더니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중국, 말레이시아 등지의 병원에서 채용하겠다고 연락이 와 이력서를 그만 쓰기로 했어요. 생활환경이 익숙한 이곳에서 일단 경력을 쌓는 게 낫겠다 싶어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교사를 했던 김씨는 유학원에서 일하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의사가 되고자 만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인문 계열 출신인 그는 생물과 물리, 화학 등 이과 분야에 익숙해지느라 초기에 남들보다 배 이상 공부하며 따라잡느라 고생했다고 술회했습니다.

헝가리에서 학비는 연간 2천만 원가량, 생활비 2천만∼3천만 원까지 포함하면 매년 약 4천만 원이 들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헝가리 치대의 장점에 대해 그는 "사망자의 부검이 의무화돼 있어 실습과 훈련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3학년 때부터 실습을 시작해 치과 부문 이외의 인체 전반에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대학병원이 공공병원이라 환자들이 학생들에게 치료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한국인 선배가 없었던 탓에 시험 기출 문제인 '족보' 없이 공부한 게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제는 '킴'이라고 서명이 된 족보가 세게드 치대의 이스라엘과 중동 출신 학생들에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전했습니다.

헝가리 의대와 치대에는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와 중동에서 온 학생들이 영어로 공부합니다.

노르웨이처럼 인구가 적고 국토가 넓은 나라는 의대를 건립해 의사를 양성하기보다 헝가리에 유학을 보내는 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비용이 적게 든다고 판단해 정책적으로 유학을 지원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최근 헝가리 의대 진학 설명회가 잇따라 열리는 데 대해 "그간 1∼2학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급하는 경우도 봤다"면서 "의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필사적으로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현재 세게드 치대 병원과 부다페스트의 개인병원에서 일하는 그는 내년 2월 한국의 치과 의사 면허 시험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두바이의 의사 면허 시험에도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편,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의 통계를 보면 헝가리 의대를 포함해 리스트 음대, 부다페스트 공대 등지의 한국 유학생은 모두 326명으로 이 가운데 부다페스트 세멜바이스 의대 등 의대에 227명, 페치 또는 세게드 치과 등 치대에 모두 41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의대를 졸업한 한국 유학생 8명 가운데 1명이 한국의 의사 예비 시험에 합격해 내년 1월 본고사를 앞두고 있고 나머지는 진로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