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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동차마저 중국에 역전?

[취재파일] 자동차마저 중국에 역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얼마 전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주력 수출산업 8종인 스마트폰과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종이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에 뒤졌다고 밝혔습니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대부분 우리가 압도적으로 앞서있었지만, 10년만인 지난해 기준으로 역전됐다는 겁니다. 아래 표가 바로 그 조사 결과입니다.
취파_표
 사실 조선이나 석유화학, 철강 분야에서 우리 시장점유율이 중국에 밀렸다는 건 별로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미 생산량이나 판매량 같은 양적인 기준에서는 중국에 추월을 허용한 지 꽤 오래된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샤오미와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삼성과 LG 점유율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이미 구문입니다.

그런데 자동차마저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다른 분야만큼은 몰라도 자동차 분야만큼은 중국이 아직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경련이 자동차의 점유율을 매긴 기준은 생산량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모두 863만대를 생산한 반면, 중국은 모두 2천 211만 6천 825대를 생산했습니다. 이 중 절반 정도인 1천 115만 706대는 외자계 즉 합작 브랜드가 생산했고, 나머지 1천 96만 6천 119대가 중국 토종 브랜드가 생산한 겁니다. 즉, 중국 토종 브랜드가 생산한 차만 해도 이미 우리 생산량을 넘어서는 겁니다. 베이징현대, 상하이폭스바겐, 상하이GM 같은 합작법인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이렇게 많다고 하니 중국의 물량 공세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생산량 말고 기술은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동차 기술은 아직 세계 선두 주자들 수준에 비해 많이 못미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우리 자동차와도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이 절대적인 양으로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진짜 세계 정상급 자동차 강국이라고 하기엔 기술에서 많이 모자란다는 거죠. 하지만 그 기술적 격차는 급격히 좁혀지고 있습니다.

예로 몇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자동차의 자존심 이치자동차 홍치라는 차가 있습니다. 지난 11월 APEC 공식 의전차량으로 쓰였고, 최근 중국 고위관료들은 독일 아우디 대신 홍치를 관용차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모델의 경우 크기가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만하고, 4백마력 12기통 엔진에 런플랫 타이어까지 장착하고 있습니다. 중급 모델인 H7의 경우 3.0L 엔진 230마력, 토크 30.61kg.m으로 우리 그랜저와 비교했을 때 크게 처지지 않습니다.

중국 자동차 회사 비야디가 만드는 전기차 E6는 한번 충전에 3백킬로미터까지 주행이 가능해 우리의 웬만한 전기차보다 두배 정도 더 달릴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하면서 유명해진 이 회사는 이제 '중국의 테슬라'라고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는 세계 유수 모터쇼에 내놓기가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자동차들은 단순히 그렇게 폄훼하기엔 너무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중국 지리 자동차는 볼보를 인수했고, 상하이 자동차는 우리 쌍용차를 인수했습니다. 이런 인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은 선진 자동차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양만 많다고 무시하던 중국 자동차, 과연 언제까지 계속 무시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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