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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반값 범칙금의 효과…범칙금 줄였더니 사고 줄었다

[월드리포트] 반값 범칙금의 효과…범칙금 줄였더니 사고 줄었다
자동차는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멈춘다. 당연한 이야기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다. 사고가 아니라도 경찰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교통 신호를 무시한 운전자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는 없다. 중대 과실이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자전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부 자전거 운전자는 빨간 불이 켜져도 슬쩍 앞으로 내달린다. 사고가 날 염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신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신호 대기중인 자동차 운전자도 자전거는 으레 그러려니 한다. 자전거도 명백한 교통 수단이라 자동차와 같은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프랑스도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자전거 운전자가 꽤 많다. ‘르 파리지엥’은 프랑스 보험사 MMA가 2천100명의 자전거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자전거 운전자의 60%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46%는 한 번 이상 사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88%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42%는 정지신호에 달린 적이 있고, 71%는 인도에 들어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MMA는 자전거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이 사고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안전 경시 풍조가 사고를 유발한다면 운전자를 엄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마련이다. 흔히 단속을 강화하고 더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시는 반대로 접근했다. 2012년 11월부터 자전거 운전자가 교통 법규를 위반해 내는 범칙금 액수를 자동차 운전자의 절반으로 줄였다.

경찰은 이후 1년 동안 833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해 범칙금을 부과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섰다는 의미다. 경찰은 자전거 운전자에게 자동차 운전자만큼의 범칙금을 부과하기는 부담스러웠는데, 범칙금을 인하하자 부담(?)없이 딱지를 끊은 것이다.

자전거 운전자는 전에는 경찰이 단속해도 훈계를 듣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단속에 걸리면 범칙금을 낸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 결과 1년 새 자전거 교통 사고가 37%나 줄었다고 한다.

반면, 지난해 파리에서는 자전거로 인한 사고로 679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올해 7월까지 통계를 보면 부상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자전거 사고로 지난해 147명이 숨졌다. 사망률도 6% 증가했다.

프랑스 도로안전평의회는 자전거 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스트라스부르처럼 범칙금을 줄이되 법을 존중하는 정신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반론도 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범칙금을 낮춰 자전거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인 점도 있지만, 동시에 자치정부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대폭 확충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 동호인들도 자전거와 자동차가 부딪혀 나는 인명 사고는 희박한 경우라며, 사고 원인을 자전거 운전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갑론을박이 있을만한 사안이다. 다만, 스트라스부르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왜 문제가 있으면 잘못한 사람을 지목하고 일벌백계, 엄벌, 가중처벌 같은 단어를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정책 프레임에 갇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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