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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B 정권 내내 불행했다"던 정두언…정치인생 2막 출발선에

[취재파일] "MB 정권 내내 불행했다"던 정두언…정치인생 2막 출발선에
굵은 장맛비가 내리던 2012년 7월7일 새벽,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빠져나왔습니다. 저축은행 뇌물 의혹 사건에 연루돼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였습니다. 장시간 조사에 지칠 법도 한데, 정 의원은 1층 건물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의에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과 관계없이 자신의 답변을 미리 준비한 듯했습니다. 당시 문답은 이랬습니다.

기자: (솔로몬 저축은행) 임석 회장의 돈이 흘러들어간 게 맞습니까?
정 의원: 제가 정권 찾는 데 앞장을 섰습니다.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 분들은 다 누렸죠.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고요, 이 번이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문서답이었지만, 정 의원의 발언은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2007년 대선 승리와 인수위 구성, 이명박 정부의 출범 초기까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력의 정점에 있던 실세가, 한순간 권력과 멀어지고 수사 선상에 오른 처지를 적나라하게 자평한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조 취재기자로서 이 발언을 지켜본 저는 정 의원이 '맺힌 게 참 많고, '그 분들'(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한 원망이 참 큰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MB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정 의원은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려 순식간에 이너서클에서 멀어졌습니다.

검찰 조사 후 정 의원은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법정 구속돼 10개월간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1심 유죄, 항소심 일부 유죄 선고와 대법원 파기환송 끝에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정 의원이 9일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일종의 복귀 의례를 가졌습니다. 2012년 국회 체포 동의안 표결직전에 했던 당시 발언을 영상으로 준비하고, 옥중에서 읽은 링컨의 평전 '권력의 조건'을 직접 들고나와 감상을 얘기했습니다. 150년 전 미국 대통령 링컨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장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자기 편으로 만든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 핵심은 '관용'과 '인내'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인생이 '불관용'과 '불인내'로 점철돼 있었다고 반성했습니다.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권력투쟁으로 몰고 갈 때마다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의 언행에 경멸과 증오가 깔려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정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여야 의석 모두에서 적지 않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2013년 1월 법정구속 이후 사실상의 외부 활동을 중단했던 정 의원은 이제 약 2년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 권력의 정점에 서고, 권력다툼의 한복판에서 세력을 잃고 밀려난 뒤 옥고까지 치른 정 의원의 정치 행로는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자기 자리에 안주하거나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 큰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습니다. 큰 정치인이 되려면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2년 간의 공백기를 통과의례 삼아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은 정 의원이 정치인생 2막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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