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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땅콩 부사장님', 중국에선 '하방'시켜버려!

[월드리포트] '땅콩 부사장님', 중국에선 '하방'시켜버려!
고함 한 번에 뉴욕 행 점보여객기를 '유턴’시키고 승무원을 비행기 밖으로 쫓아 낸 대한항공 집 큰 따님이 하루가 지났는데도 인터넷 인기 검색 인물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른바 '갑질' 시리즈를 이어가며 ‘라면 상무님’에서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땅콩 부사장님’의 등장이 그만큼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는 증거일 겁니다.

사실 이 따님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구설로 뉴스 인물로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 주재원 파견 형식으로 미국으로 가 쌍둥이를 원정 출산했다는 의혹에 인터넷이 시끄러워지자 발끈해 네티즌 세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었습니다. 물론 이 ‘욱’ 성질 때문에 사태만 더 키웠습니다만….

그녀는 대한항공가의 로열패밀리 재벌3세로 30대 초반 임원자리에 올랐습니다. 조상님 잘 둔 덕에 출발선 자체가 달랐던 것인데도 겸손하거나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자신은 날 때부터 뼛속부터 다르다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리샤오린
중국에도 이 대한항공 큰 따님 못지않게 숱하게 대중의 ‘비호감’을 불러 일으켜 온 ‘은수저’ 여인이 있습니다. 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입니다.

중국의 전력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인 그녀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첫 정치 행사인 2013년 인민대표대회에 보란 듯이 핑크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나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집권과 함께 부패 척결을 국정 지표로 내세운 지 얼마 안 된 시 주석으로선 원로 정객의 고명딸의 튀는 의상에 아마 질겁했을 겁니다. 같은 태자당 출신에 칭화대 동문이라 시 주석을 '오빠(시 꺼꺼)'라고 부른다며 자랑하고 다니던 이 '핑크 회장님'은 얼마 뒤 열린 보아오포럼에는 무릎 위로 한참 올라오는 6백 만 원짜리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리샤오린
사치야 그렇다고 치고, 리샤오린의 안하무인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일화는 이밖에도 많습니다. 어느 행사엔가 치렁치렁한 모피 코트를 걸치고 등장했는데 마침 그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밖에서는 사진 기자들이 입장하는 고위 인사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습니다. 패션 모델이라도 된 듯 차에서 내려 행사장에 들어설 때까지 런웨이를 걷듯 멋진 워킹을 선보인 그녀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옆에서 수행하던 비서에게 고함을 치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사진 기자들 앞에서는 옷태를 뽐내느라 비 오는 줄도 모르고 걸어왔지만, 막상 비를 맞은 것이 분했던 지 뒤늦게 우산을 제대로 받치지 못했다며 비서를 쥐 잡듯이 나무란 겁니다.
리샤오린
몇 해 전 어느 강연회에서는 총리의 딸이라는 걸 다 아는 청중들에게 자신이 자수성가한 기업가라고 우기다 힐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딸만 하나 둔 것을 얘기하며 자기 같은 부류의 사람들까지 1가구 1자녀 정책에 적용받는 건 부당하다는 오만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부정 축재와 해외 재산 은닉 혐의 등을 다룬 기사가 나오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비난을 쏟아내자, “중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위를 기록하는 수첩을 만들어 그들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지 수치감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며 반성은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식 반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매사 이런 식이다보니 그녀가 중국 네티즌이 뽑는 '저질 인격체 10걸'에 단골로 포함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봉지째 가져 온 '땅콩'이 그렇게 큰 문제였을까요? 센스 있게 '우산'을 꺼내들지 못한 비서가 그렇게 죽을 죄를 지었나요? 원정 출산이나 부정 축재를 꼬집는 여론에 '땅콩 부사장님'과 '핑크 회장님'은 왜 그토록 화를 냈을까요? 평생을 자기중심적 특권의식에 사로 잡혀 다른 사람들은 그저 부리면 되는 머슴쯤으로 여기다보니 "내 말이 곧 법이고 어느 누구도 감히 나에게 지적할 수 없다!"는 아집과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겁니다.
리샤오린
문화대혁명의 기억에 치를 떠는 중국인들은 리샤오린 같이 돼먹지 못한 '얼다이(二代, 2세)'들은 문혁 때처럼 시골 기층으로 '하방(下放)'시켜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혀를 차곤 합니다. 문혁 때 마오쩌둥이 기득권층을 끌어 내리는 홍위병들을 옹호하며 '조반유리(造反有理, 항거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를 외쳤듯이 중국의 현 지도부도 중국 민중들의 비호감 1순위인 리샤오린을 언제 끌어 내릴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라오바이싱들이 다시금 홍위병이 돼 '조반'을 외치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중화권 언론에서는 그녀에 대한 사정 당국의 조사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리샤오린은 요즘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땅콩 부사장'을 대신해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냈습니다. 유감을 표했지만 기내 서비스 담당임원이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응당해야 할 업무였다며 끝까지 부사장을 옹호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문혁의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도 '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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