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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험 무릅쓰고 명태잡이 나서는 이유?

[취재파일] 위험 무릅쓰고 명태잡이 나서는 이유?
지난 1일 북풍한설이 몰아치던 러시아 베링해에서 우리 명태잡이 어선 오룡호가 침몰했다. 베링해는 러시아와 미국의 알래스카 반도로 둘러싸인 북극해 인근의 바다이다. 한겨울에는 바닷물이 얼어붙을 정도의 극한 추위에 파도 또한 거세 이른바 '악마의 바다'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 바다를 제쳐두고 오룡호가 극한의 바다까지 나가 목숨걸고 명태잡이에 나서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찾기위해 취재진은 국내 최고의 명태어장이었던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명태잡이가 좋을 때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과 사람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 국내산 명태의 씨가 마른지 오래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명태 어획량은 1981년 16만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5년간은 명태어획량이 연간 1톤을 넘지 못할 정도다. 가자미 잡는 어민들이 명태를 간간이 건져올릴 뿐 이제는 명태잡이 배 또한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겨울바다의 주인이었던 명태가 사라진 후  지금은 도루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명태가 동해를 떠난 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 왔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동해안의 수온상승으로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원인으로 볼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명태는 수심 3백에서 6백미터 사이의 깊은 바다에 주로 서식한다. 일부 전문가는 깊은 바다의 수온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태실종의 이유가 수온상승 때문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온상승과 함께 노가리 남획 때문에 명태가 실종됐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체장 30센티 미만을 노가리라고 표현한다. 이 노가리를 너무 많이 잡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지난 22년 간 어획된 명태 중 91%가 노가리였다. 결국 노가리의 무분별한 남획이 명태의 씨를 말렸다는 분석이다. 강릉대학교 해양자원육성학과 박기영 교수는 인터뷰에서 "알에서 깨어난 지 채 2년이 안된 게 노가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어린 새끼를 마구잡이로 잡았으니까 수명이 20년이나 되는 명태가 고갈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 1975년 노가리와 명태를 별도의 어류 종으로 분류하면서 어린 명태에 대한 조업을 전혀 규제하지 않았다.

국산 명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학계, 수산계가 힘을 쏟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인데, 2020년까지 국내산 명태를 국민의 식탁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용으로 쓸 살아있는 명태를 구하기 위해 최고 5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치어 상태의 명태를 사육해 방류하거나 명태의 생태 연구를 통한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살아있는 명태의 수정란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어민들의 협조로 살아있는 명태 22마리를 확보했지만 지금은 3마리만 살아있는 상태다.

서민들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명태를 남의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잡아야하는 현실…. 집나간 명태를 2020년 까지 돌아오게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참고 명태의 구분
명태 : 물고기명
생태 :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것
동태 : 잡아서 얼린 것
북어 : 말려서 수분이 빠진 것
황태 :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
코다리 : 반쯤 말린 것
노가리 : 새끼 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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