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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접근하는 중고 외제차를 조심해야 할 이유

A씨는 연식이 10년이 넘은 혼다 시빅 등 4종의 외제차를 싼 값에 사들였다. 그리고 16 차례나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 7천만 원의 보험금을 현금으로 챙겼다. 오래된 외제차일수록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수리기간이 길어진다. 그러면 수리기간 동안 렌트비가 많이 나오기 마련. 보험사는 렌트비를 아끼기 위해 ‘미수선수리비’를 주는 걸 선호한다. ‘미수선수리비’는 차량을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수리비와 부품교체 비용 등을 추정해서 그 추정액을 미리 현금으로 주는 보험금을 말한다.

지난해 3월 BMW가 벤츠를 추돌하고, 그 충격으로 벤츠가 다시 앞에 있던 인피니티를 추돌하는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차 주인들을 조사해 보니, 셋은 친구 사이였다. 과거에도 이들은 같은 차에 타고 있거나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 낸 전력이 드러났다. 역시 16번의 사고를 통해 8천 3백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갔다. 이들 역시 주로 ‘미수선수리비’를 애용했다.

실제 블랙박스로 확인한 피해 사례는 이랬다. 외제차가 일부러 앞길을 막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운전자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리고 갑자기 급정거를 해 추돌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다. 또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한적한 사거리. 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유턴하려는 차로 돌진해서 충돌사고를 내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간 차량 대물사고 17만 건을 조사했다. 외제차로 대물사고를 내고 ‘미수선수리비’로 보험금을 받아간 케이스가 집중 조사대상에 올랐다. 30명이 적발됐다. 사기로 받아 낸 보험금은 41억 9천만 원. 금감원은 지난 8월 외제차의 자차사고 보험사기에 대해 기획조사를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대물사고를 집중적인 조사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적발된 보험사기의 평균 수리비는 490만 원. 국산차 평균 수리비(90만 원)는 물론이고, 외제차 평균 수리비 280만원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적발된 자들은 차량 수리비의 60.5%를 ‘미수선수리비’로 처리했다. 손해보험사 평균 ‘미수선수리비’ 처리 비율 8.8%의 7배에 달한다. 현금으로 보험금을 받고, 중소 수리업체에서 싸게, 대충 고치거나 아예 고치지 않은 채로 놓아 두고 그 차액을 챙긴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에는 고가의 사제 튜닝 제품이 망가졌다며 수리비를 부풀려 받아간 경우도 있다. 외제 중고차 딜러가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외제차를 이용해 불법유턴이나 중앙선 침범 같은 법규위반 차량을 노려 일부러 사고를 낸 경우도 있었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상태에서 보험사기범으로부터 고의 사고를 당한 사람은 당장 보험료가 오르는 피해를 본다.

꼭 외제차와 직접적인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기는 일반 소비자의 지갑을 털어가는 범죄행위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5,200억 원 정도. 금감원은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액은 4조 7천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1인당 10만 원 가까운 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기준이 모호한 ‘미수선수리비’ 제도를 손 보고,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진작부터 나왔고,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과 법을 손 보는 일은 더디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애먼 소비자들만 지갑을 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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