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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혼란을 부추기는 장관의 문제적 언사

[취재파일] 만신창이가 된 문체부…혼란을 부추기는 장관의 문제적 언사
● 만신창이 문체부…이번엔 정윤회 파문에 휘청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야말로 만신창이입니다. 자니 윤 관광공사 감사를 포함해 산하기관 곳곳에 내리꽂힌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이어지고 , 지난 7월엔 장관 후보였던 정성근 전 아리랑 TV 사장이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습니다. 유진룡 당시 장관은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면직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이임식도 없이 옷을 벗었습니다. 거기에 한체대 총장 선거 나간다며 자진사퇴한 조현제 1차관까지 정통 관료 출신인 조직의 수 장 두 명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당시 문체부는 최근 정윤회 파문 과정에서 유진룡 전 장관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핵심 인사와 학연으로 얽혀 인사 전횡을 한 것으로 지목한 김종 2차관이 장관 대행으로 일하며 조직을 진두지휘 했습니다. 이후 8월 21일 김종덕 현 장관이 취임하고 문체부의 핵심이던 1급 공무원 6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기도 했습니다.

몇 달 간 휘청이던 조직이 좀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이번엔 연말 정국의 핵심 뇌관이 돼 버린 정윤회 파문으로 문체부는 조직 전체가 술렁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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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덕 장관의 문제적 발언들…하루도 못 간 거짓말 

이 과정에서 김종덕 장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4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정윤회 파문과 이와 관련해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는 지 여부에 집중됐습니다.

당시 김종덕 장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항간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청와대가 개입해서 이것에 대해서 된다 안된다 얘기한다는 그건 루머일 뿐이고요. 내부 인사도 그렇고 외부 인사도 그렇고 장관 고유 권한입니다. 장관이 다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장관의 이런 발언은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유진룡 전 장관이 대통령이 직접 실무자의 이름을 거명하며 인사조치를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를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청와대도 이를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曰, “대통령께서는 민정 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이라는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보고를 받으신 박통은 지난해 8월 21일 유진룡 장관의 대면 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셨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장관이 부하직원을 무능력하다고 만천하에…조직 내부 부글부글  

김종덕 장관의 문제적 발언은 이 뿐이 아닙니다. 당시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이 산하기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능력 부족 때문일 것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답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처럼 이전 인사고과 평가에서 문제의 실무자들은 최고등급과 평균 이상의 등급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여러 문체부 관계자들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좌천된 체육국장이 평소에도 강직하고 원칙적인 일처리로 신망이 높았던 인사들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장관이, 그것도 제대로 같이 일해보지도 않은 부하직원을 기자들 앞에서 업무 능력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자 문체부 직원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야말로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껄끄러운 지 문체부는 사태의 전말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한 당시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의 국회상임위 출석을 막았고, 기자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습니다.

● 김 장관의 황당한 언론관…누가 당파적인가?

무엇보다 기자들을 아연실색케 한 김종덕 장관의 발언은 언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윤회 파문과 관련된 의혹이 왜 제기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랬습니다.

김종덕 장관 曰, “미디어가 많아지면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 같아도 다양한 의견보다는 당파적인 의견들이 더 많아지죠. 살아남아야 하니까. 미디어는. 그건 뭐 그런 일들 때문에 의혹은 자꾸만 증폭되고 커지는 것 아닌가. 의혹을 키워야지 그건 당파성에 의한 그런 문제도 이것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윤회 관련 파문,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통령과 유진룡 전 장관 사이의 진실게임은 세계일보와 한겨레와 조선 등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는 거의 모든 언론이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그 일부는 사실로 드러난 상황입니다. 김종덕 장관은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언론인들을 당파성에 기대 근거없는 의혹을 부풀려 먹고 살려는 황색 저널리즘으로 매도해 버린 겁니다.

언론에 대한 김 장관의 이런 황당한 인식은 지난 주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 라는 메모를 전달해 파문을 일으킨 문체부 현 체육국장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서 알 수 있듯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문체부의 행동 양식에 고스란히 베어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덕 장관께 질문합니다. 과연 ‘근거없는 의혹’을 의도적으로 제기해 논란의 본질을 덮어 버리고 오도하려 한 것이 언론입니까? 아니면 지난 며칠 간 드러난 장관과 문체부의 대응입니까?

● 우려가 현실로…걱정되는 김종덕 장관 체제

취임 초기 김종덕 장관은 처음 장관 지명을 받고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기자들 질문에 “내가 왜?”라는 의문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예상치 못한 인사였다는 얘깁니다. 유진룡 전 장관의 석연찮은 면직과 이후 정성근 후보자의 낙마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최대한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인물로 교수 출신인 김종덕 장관을 택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체부가 이번에는 정치색 옅은 교수 출신 장관의 부임으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반면 아무런 정치적 기반도 없는 김 장관이 과연 외풍에 쉽사리 휘둘리는 문체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도 공존했습니다. 적어도 이번 정윤회 파문과 문체부에 대한 인사 외압에 대한 대응 과정을 보면 김종덕 장관 체제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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