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유치원 들여 보내기가 대학 입시만큼이나 어렵다고 하죠. 어제(4일) 서울 지역 사립 유치원 294곳에서 첫 입학 추첨이 이뤄졌는데, 그 열기가 이 한파를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고 합니다. 이종훈 기자와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십니까.) 이번 추첨은 서울시가 가, 나, 다군 이렇게 세 개 군으로 나눠서 추첨을 하기로 하고 나서 처음으로 실시가 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제가 어제 다녀온 곳은 서울 신림동에 있는 한 사립 유치원이었습니다.
오후 1시에 추첨이 시작됐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습니다.
일단 화면 보시면 더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30분 전인 12시 반에는 5층 강당이 학부모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유수정/학부모 : (여기)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일단은 간절하죠.]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의 그런 바람일 텐데요, 마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처럼 학부모들 모두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92명을 뽑는 6살 유아반 모집이었는데, 두 배 184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드디어 첫 추첨자가 나오기 바로 전인데요, 화면을 보시면 첫 추첨자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지고 아주 기뻐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워낙 말들이 많다 보니까 추첨 공정성을 위해서 유치원 측에서는 대형 TV로 추첨된 공의 번호를 보여주고 또 녹화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분위기는 로또 추첨장 못지 않군요, 정말 학부모들은 애태우는 순간이었는데, 추첨하는 대만 1시간이 걸렸다고요, 학부모들 시비가 완전히 엇갈렸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정말 숙연했습니다.
제가 취재하면서도 정말 긴장이 될 정도였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 번호와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한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먼저 유치원 추첨에 합격한 학부모들의 반응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최유미/학부모 : 애가 여기 (유치원) 간다고… 정말 좋아요.]
[송창환/학부모 : 제가 대학 합격할 때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분은 대학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다고 하셨는데, 이분들 인터뷰 할 때는 제 마음이 너무 편했습니다.
특히 제가 추첨 전에 학부모 2분을 인터뷰했었는데 그 두 분 모두 합격하는 결과가 나와서, 저 개인적으로 뿌듯했습니다.
또 하지만 반대로 질문하는 것조차 죄송스런 분들도 많았는데요, 추첨에서 떨어지자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해영/학부모 : 어디를 보내야 하나, 아주 속상해요.]
<앵커>
제가 보는 저도 속상한데 이게 매년 이런 일이 사실은 반복이 되고 있어서 서울시가 올해는 가, 나, 다군으로 나눠서 추첨을 하겠다.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이게 또 혼란이 계속되는 모양이에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년 유치원에 보내기가 대학 보내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해서 서울시가 이번에는 새로운 대책을 내놨었습니다.
대책을 보면 유치원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게 그 대책의 골자였는데요, 사실 지난해까지는 지원횟수에 상관없이 한 사람이 유치원 열 곳에 지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률이 너무 과열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유치원 모집 과정에 마치 대학입시처럼 가군, 나군, 다군이란 걸 도입을 했습니다.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아이 한 명당 가군에 속한 유치원에 한 번, 또 나군에 속한 유치원에 한 번, 다군 한 번, 이렇게 총 3번까지 지원을 할 수 있게 한 건데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앵커>
생각만큼 경쟁률이 안 떨어졌다. 이거죠. 그렇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론대로라면 막상 추첨을 하려고 하니까 일부 유치원들이 가군에 다 몰려 버린 겁니다.
가군, 나군, 다군 중에서 내가 가고 싶어하는 유치원이 가군에 다 몰려 있으니까 나군과 다군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된 거죠.
그러자 서울교육청이 또다시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유치원들이 특정 추첨 군에 몰리지 않도록 이번으로 치면 가군이죠, 지역별로 추첨일을 재조정해서 적절하게 배분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립유치원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오는 10일, 공립은 10일과 12일 이틀간 가, 나, 다군으로 추첨을 진행하도록 해서 모두 4차례에 걸쳐 원아모집 추첨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게 중복지원 좀 줄여보자 이런 취지인데 그래도 중복 지원하는 학부모들이 역시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청이 횟수를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중복지원을 계속 하고 있었고요, 그러자 교육청이 중복지원 사실이 발각이 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 이런 사실을 각 유치원에 통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하게 중복 지원한 유치원에 가서 "내가 취소를 하겠다." 이런 해프닝도 있기도 했는데요.
<앵커>
아빠는 A 유치원가고, 엄마는 B 유치원가고 이런 식으로 실제로 있었다고요.
<기자>
네, 같은 날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겁니다.
또 이런 가운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교육청이 중복지원 이유로 유치원 합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해서 혼선이 빚어졌는데요, 교육청은 중복지원 여부가 적발될 경우 해당 원아의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어제 또 밝혔습니다.
교육부와 시 교육청의 엇갈린 행보에 유치원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이기숙/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 너무 급하게 또 그리고 이것을 충분히 현장의 소리라든지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급박하게 진행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시 교육청의 졸속한 개선안 때문에 학부모 혼란만 가중됐다는 그런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며칠 전에 저희가 충분하게 준비해서 이런 제도를 시행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 이런 지적을 해드린 적 있는데 역시 현장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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