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당일, "우리 소관 아니다"
세월호 이후 통합된 재난대응체계를 만들자며 지난달 19일 새로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역할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콘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는 국민안전처에 가면 구조와 피해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침을 즉각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대했던 모습은 없었습니다. 공공기관을 취재할 때 종종 듣게 되는“우리 소관이 아니다.”, “이리로 가봐라.”, “저기로 문의해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구조 상황 총괄은 러시아 구조본부가 맡고 있고, 러시아에서 안전처 소속의 해양안전본부 수색구조과에 상황을 전파하면, 안전처는 이를 해수부 원양산업과로 전달하는 중이라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원양에서 난 사고니 해양수산부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조난 선박의 위성신호를 받는 일은 기존의 해경이 이미 수행하던 역할이고, 이번에도 송도에 있는 해양본부 수색구조과로 신호가 왔습니다. 안전처는 이를 관계기관에 전파하고 상황을 담당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안전처가 신설되기 이전에도 있었던 프로세스에 ‘안전처’라는 이름이 더해진 겁니다.
안전처 신설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담당 실무진은 “주관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거를 우리가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여기에 뭔가 우리가 더 하다보면 이거 옥상옥이 돼버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붕 위에 지붕이 더해지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새로 더해진 ‘안전처’는 정말 쓸모 있는 지붕일까요?
● 사고 사흘째, "해외 재난은 예외 상황"
안전처 소속 직원들은 이번 사고가 사안이 특수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해외 재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국내의 구조 인력 접근이 쉽지 않아 결국 파견된 영사 등 외교부 소속 직원들이 현장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앙대책본부도 외교부에 차려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처가 생겨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안전처는 지휘체계 일원화를 들었습니다.“예전에 중대본은 해양 경찰청이 별도의 지휘체계를 가지고 있잖아요. 어쨌든 부가 다르고, 집행 세력이 다르고, 지휘체계가 다 다르고 이런 상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정보가 여기 중앙 재난 상황실로 다 모입니다. 지휘체계도 안전처 장관으로 다 집중됩니다. 그러니까 해양 재난이든 육상 재난이든 인원 장비를 동원하고 이른 시일 안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구조세력 동원의 편의성도 들었습니다. “안전처가 소방본부, 해양본부, 현장 집행 세력을 다 가지고 있고, 또 예방이나 대응에 관한 방법도 다 가지고 있다. 안전처 장관을 중심으로 컨트롤 타워가 돼서 장비나 인원투입, 민간 협력까지 총체적으로 한 곳에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라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 예외적인 상황, ‘책임’없는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
하지만 해외 사고라는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외교부에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가, 해양수산부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부산에는 사조해양의 사고대책본부가 각각 설치됐습니다. 한 오룡호 실종자의 가족은 “정부는 설명이 전혀 없었고, 회사는 저렇게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고 있고. 속이 터져서 죽겠습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그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면, 실종자 가족의 답답함은 없었을까요? 오늘은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장관과 안전처는 이 질문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보여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