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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베겟돈' 현실화하나?…'퇴로'없는 아베노믹스

[월드리포트] '아베겟돈' 현실화하나?…'퇴로'없는 아베노믹스
'아베겟돈'이란 신조어는 '아베노믹스'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입니다.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결국은 '파국'으로 끝날 것임을 경고하는 용어인데, 지난해 6월 USB 자산운용사의 글로벌수석투자책임자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최근 일본 경제상황을 보면, '아베겟돈'이란 단어가 더는 상상 속에 머물지 않고, 점차 가시화하며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1. 일본의 약속 파기…무디스의 일본 신용등급 하락
무디스
지난 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습니다. 위로부터 네 번째인 Aa3에서 위로부터 다섯 번째인 A1으로 한 단계 내림으로써, 이제 한국이나 중국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게 됐습니다. 무디스는 일본의 재정 적자 감축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설명했고, 그 직접적인 이유로 소비세 2차 인상을 연기한 점을 들었습니다. 

일본 국가부채는 이미 천조 엔을 넘어섰습니다. 얼마만큼의 금액인지 실감할 수 없는 수치인데, 일본 국민총생산의 2.45배이고 국민 한 사람당 8천만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부채입니다. 결국 인구 고령화 등으로 돈 쓸 데는 많은 데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충당이 안 되니까, 계속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 소비세를 두 차례에 걸쳐 올리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난 4월 소비세를 한 차례 올리고 나니까 소비가 크게 떨어진 겁니다. 디플레에서 탈출하겠다는 게 아베노믹스의 목표니까, 소비가 준 건 아베노믹스에 치명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차 소비세 인상은 연기하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나섰는데, 이게 일본의 신용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신용도 하락은 국제사회가 일본의 약속 파기에 대해 옐로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무디스에 이어 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도 뒤를 이을 것으로 보입니다.

 2. 일본은행 '국채 매입'의 늪으로 

지난 11월 본은행의 국채 매입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국채 발행액을 앞질렀다고 합니다. 일본 재무성이 한 달간 10조 7천억 엔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는데, 일본은행의 국채매입액은 11조 엔을 넘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일본은행이 모두 사고 또 다른 기관이 시장에 내놓은 매물도 일본은행이 사들였다는 얘깁니다. 결국. 경제학에서 말하는 '재정 화폐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재정 화폐화'란 정부 부채가 너무 많아 국가 신용이 떨어지면 국채 투자자들이 줄어들고, 결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민간이나 해외 투자자가 제대로 인수하지 않아, 결국 그 나라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사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 돈이 시장에 마구 풀리는 효과를 냅니다. 시장에 마구 푼 돈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 통제 불가능해지면 물가가 한없이 치솟는 악성 인플레가 나타납니다. '아베겟돈'이 단정한 파국 상황도 바로 성장없는 인플레이션인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금융가에서 일했던 한 일본 참의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행의 약발이 다하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2백엔, 그 이상까지 주저앉을 수도 있다"라며 일본의 '악성 인플레와 디폴트(부도)'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3. 퇴로 없는 '아베노믹스' 
아베 일본 총리 캡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부르짖으며 양적 완화에 나서자, 아마 미국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겁니다.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는 시점에 일본이 돈을 푼다고 하니, 미국으로선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일본이 돈을 풀자, 경쟁상대인 한국과 중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차례로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독일도 가세했습니다. 유럽의 드라기 총재가 "자산 버블도 감수하겠다"라며 양적 완화에 들어갈 자세를 명확히 한 건 독일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퇴로'입니다. 양적 완화가 성공한 뒤에는 시장에 푼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 데, 이때는 일본이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베노믹스를 외치며 시장에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는 점과  일본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재정악화와 소비감소가 구조적으로 고착화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이 돈을 거두는 순간 일본 경제는 다시 디플레에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 목표치가 달성됐다고,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그만두면 일본은 국가부도에 이를 것이란 경고는 이런 상황을 얘기합니다.

결국, 아베노믹스를 통한 본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나타나야 퇴로도 열리는 것인데, 지금 아베노믹스는 돈의 힘으로 일본 경제에 분칠만 새로 한 정도이지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이  3개의 '바늘'에 불과하다는 외신의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4. 경고음 무시하는 '아베'

아베 총리는 14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의 캐치프레이저로 '이 길밖에 없다.'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즉 아베노믹스란 길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베노믹스의 긍정적인 수치 즉 한 면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임금이 오르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물가에 대비한 실질 임금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하지만 엔저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습니다. 무역적자는 끝없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또 부동산 가격과 주식시장이 올랐다고 얘기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하락을 멈춘 정도이고 주식시장은 엔화가 아니라 달러화로 보면  일 년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입니다. 아베노믹스의 선순환을 얘기하지만, 선순환은 커녕 양극화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순환을 믿고 있는 아베 총리는 끊임없이 시장에 돈을 퍼부을 태셉니다.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으면 않을수록, 아베 총리 -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콤비는 국채를 발행하고 그 국채를 사들이는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아베노믹스가 점차 실패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낙인찍을 수는 없습니다. 국제유가의 하락 등 세계 경제의 변수가 아베노믹스를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패로 확인되는 순간은 일본은 심각한 경제혼란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승리하고 장기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베노믹스는 앞으로 상당기간 진행될 것이고, 일본 경제는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 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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